매일 춤 연습, 연차 쓰고 장기자랑 동원…'갑질' 요양원 과태료

교회 야외예배·인천시 축제 장기자랑 참여 강요…서약서도 작성
"보건복지부, 직원 동원 장기자랑 방지 대책 지자체에 명령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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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직원들에게 장기 자랑 참여, 춤 연습 등을 강요하고 관련해 근로계약서와 서약서 작성을 요구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요양원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과태료를 부과했다.

21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A 요양원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며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앞서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7월 A 요양원이 직원들에게 장기 자랑 참여를 강요하고, 관련해 근로계약서와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며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단체는 A 요양원이 지난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외부 행사 장기 자랑에 직원들을 강제 참여시켰다고 주장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2024년 5월 A 요양원 시설장인 B 씨는 자신이 장로로 있는 C 교회의 창립기념일 맞이 야외예배에 참여할 것을 직원들에게 강요했다. 직장갑질119는 "요양원은 매일 조회 시간에 체조라는 명목으로 춤 공연 연습을 시켰고 직원들이 '영탁 찐이야 댄스 공연'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요양원 직원들은 같은 해 12월 10일 인천시와 인천노인복지시설협회가 진행하는 '한마음 축제'의 장기 자랑에 참여할 것을 강요받기도 했다. B 씨는 직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축제 2부 순서로 진행되는 장기 자랑에 참여할 것을 결정하고 직원 7명에게 공연 참여를 통보했다.

당시 B 씨는 '우리 시설이 대상을 받아야 한다'며 매일 아침, 점심, 퇴근 전 시간대에 춤 연습을 강요하고 표정 관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 약 한 달 전인 11월 15일에는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댄스실에서 춤 연습을 하도록 하면서 추가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행사 당일에는 연차를 사용할 것을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A 요양원은 '근무시간 외라 할지라도 시설이 주관하는 행사나 연계 기관의 행사에 참여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속 직원으로서 적극 동참해야 하며 업무 관련 행사 참여를 위해 휴일 또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근로할 수 있다'는 내용을 근로계약서에 포함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인은 A 요양원에 근무함에 있어 본 규칙에 정한 근로조건 및 합의 조건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서약하며 이를 어겼을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 작성도 강요했다.

인천시는 최근 관내 사회복지시설 등에 '직장 내 괴롭힘 근절 관련 강조 사항 안내' 공문을 보내고 △특정 종교나 단체의 활동 또는 후원을 요구하는 행위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의도적으로 특정 종사자를 무시·배제하거나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행위 △CCTV 설치 목적과 범위와 무관하게 운영하는 행위 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되는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박유빈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지부 지부장 직무대행은 "복지시설들에 대한 관리⋅운영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정부가 무엇이 문제인 줄도 모른 채 11년째 직원 동원 장기 자랑을 해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번 인천시의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보건복지부는 17개 광역자치단체장에 직원동원 장기 자랑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을 명령해야 한다"고 밝혔다.

kit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