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찌르려 해서"…전과 12범 변명에 법원도 분노[사건의재구성]
집주인 부부 찌르려 한 세입자…덧신 신고 살해 시도
'지문 씻기' 메모 적고도 변명…법원, 징역 18년 선고
-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갑자기 피고의 가방에서 식칼을 꺼내 그것으로 찌르려고 해 방어 행위를 했을 뿐입니다."
지난 2024년 6월 20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 A 씨 측은 법정에서 이렇게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에게 징역 18년의 중형을 내렸다. 무슨 일일까.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A 씨는 2023년 5월 하순쯤부터 경남 거제시의 한 건물에 보증금 100만 원, 월세 20만 원을 내고 거주하던 세입자다. A 씨와 같은 건물에는 집주인인 B 씨(58)와 C 씨(57·여) 부부가 살고 있었다.
A 씨는 입주 때부터 집기의 상태가 계약과 다르다는 이유로 집주인 내외와 갈등이 있었다. 특히 노후한 집기를 사비로 수리한 후 비용을 부부가 내주지 않았다는 점에 불만을 품고 월세를 의도적으로 내지 않았다.
'월세를 내라'는 집주인 부부의 독촉이 이어지자 A 씨는 해를 넘기기 전 부부에게 밀린 월세를 지급하면서 자신의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해 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이에 2023년 12월 27일 오후 9시쯤 A 씨는 부부의 집을 찾아 사과를 요구했으나 B 씨가 집을 나서려 하자 격분해 가방에 챙겼던 식칼을 두 사람에게 휘둘렀다.
A 씨의 살해 시도는 C 씨가 A 씨로부터 식칼을 빼앗아 건물 밖으로 피신한 후 도로에 던지면서 저지됐다.
관련해 A 씨 측은 "피해자 B가 갑자기 피고인의 가방에서 식칼을 꺼내 그것으로 피고인을 찌르려고 해 그에 대한 방어 행위만 했을 뿐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식칼로 찌르거나 벤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창원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성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적인 피해자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피해자인 B 씨는 "첫 번째 찾아왔을 때 A 씨는 양말 위에 덧신을 신고 손에는 장갑을 낀 상태였고 두 번째 찾아왔을 때 월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A 씨에게 나가라고 했다"며 "가지고 왔던 비닐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서 등 뒤로 숨기기에 내가 '등 뒤에 무엇이냐'고 물으니 '휴대폰 녹음한다'고 말하면서 칼로 처의 얼굴을 찌르고 곧장 나도 찔렀다"고 진술했다.
A 씨가 작성했던 메모도 증거가 됐다. 메모에는 쉐프용 장갑, 비닐봉투, 목장갑 등의 '살 것'과 함께 '쉐프용 장갑을 끼고 칼 지문 씻어내기'라는 내용의 '할 것'이 적혀 있었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기적적으로 목숨을 잃지 않은 것은 오로지 피고인이 휘두른 칼이 피해자들의 치명적 부위를 우연히 비껴갔고 피해자들이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가방에서 식칼을 꺼내 피고인을 찔렀다는 황당하고도 터무니없는 변소를 하며 범행을 부인하면서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상해죄 등 폭력 범죄로만 12번가량 형사처벌을 받았다"면서 "이 사건으로 수감된 동안에도 다른 재소자를 폭행해 수용자 규율을 위반하기도 하는 등 자신의 폭력성과 미약한 준법의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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