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수사기관, 발달장애인 방어권 보장 방안 마련해야" 권고

경찰청장·검찰총장에 '발달장애인 조사 규칙' 제정 등 권고
발달장애인 대다수가 혼자 조사 받아…의사소통 불가한 경우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발달장애인이 수사 과정에서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을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30일 경찰청장에게 발달장애인 수사 절차 전반에 관한 절차를 정해 '발달장애인 조사 규칙'을 제정하고, 현행 발달장애인 전담 수사관 제도를 점검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겐 발달장애인이 공소장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권고는 인권위 직권조사에 따른 것이다.

수사 현장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신뢰관계인 동석 제도와 전담 수사관·검사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진정이 계속됨에 따라, 인권위는 지난해 3월부터 2개월 동안 전국 교정시설에서 발달장애인 127명을 면담하는 등 수사기관의 발달장애인 방어권 보장에 관한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인구 대비 약 5.1%에 해당하고 전체 등록장애인 중 10.7%가량이 발달장애인이다. 같은 해 경찰에서 1만 1000여 건의 발달장애인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127명의 인권위 면담 조사대상자 중 27명만이 신뢰관계인의 조력을 받았고, 대다수는 단독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독으로 조사를 받은 사람 중에는 글을 전혀 읽고 쓸 줄 모르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면담 대상자의 상당수가 가정폭력, 가출, 보호시설 생활 경험 등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부모 모두 지적장애인 경우, 보호자가 고령의 조부모인 경우, 혼자 생활하는 경우 등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진술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수사 초기부터 발달장애인 여부 확인이 중요함에도 현장에서 지적장애나 자폐성 장애인으로 등록된 경우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 정도를 객관적으로 판별하여 지원이 필요한 피의자를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등록 조회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세부적인 판별 기준과 방식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또한 인권위는 발달장애인 개인의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수사기관이 발달장애 여부를 판별하고 신뢰관계인을 동석시키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신뢰관계인이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역할 범위를 구체화하여야 하며, 주변에 신뢰관계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 이를 대신할 인적 조력 제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번 직권조사 결과를 통해 수사기관의 발달장애인 방어권 보장 제도의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한 통계 및 사례 유지·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 권고를 결정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