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군병원, 환자 자살 충동 신호 상세히 기재해야"

'자살 충동 있다' 환자 메모 보고도 기재 안 한 정신과 전문의
인권위 "군 장병 자살 예방 조치 미흡…징후 식별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서울=뉴스1) 유채연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자살 징후의 정확한 식별을 위해 국군병원에 소속 의무장교들이 진료기록을 작성할 때 환자의 자살 충동 관련 진술을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조치하라고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국군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현역 장병 A 씨로부터 적절한 의료 조치 등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접수했다.

A 씨는 국군병원 정신과 전문의인 B 씨가 진료 중 자살 충동이 있다는 취지의 메모를 확인하고도 진료기록지에 해당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메모 형식의 자가 보고서를 제출했다가 돌려받고 민간병원 치료를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B 씨가 기록한 A 씨의 외래 초진 기록지에는 자살 충동 및 민간병원 입원 요청과 관련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이후 자살을 시도해 C 의료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C 의료원은 A 씨에게 "우울, 불면, 불안, 공황 증상, 자살 사고, 충동 조절의 어려움으로 자해 위험성이 있어 향후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또는 외래 치료의 지속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발급했다.

B 씨는 A 씨의 자살 충동과 관련된 발언을 일부 확인했으나 전문가적 소견으로 볼 때 A 씨의 진술만으로 자살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추후 재진 과정에서 자살 사고가 구체화되거나 지속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군의 장병에 대한 자살 예방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군의관 등의 의무기록은 부대 소속 장병에 대한 자살 사고 방지 조치를 위한 단계적 대응을 위해 실질적 근거 자료로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가 해당 진료 후 두 차례 이상 약품 과다복용을 통해 자살을 기도해 외부병원 정신과에 입·퇴원을 반복한 점과 자살 충동과 관련된 자가보고서 및 민간병원 진료 요청에 관한 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부과하고 자살위험자의 조기 발견, 상담 및 치료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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