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절도죄로 체포합니다' 출동한 경찰에 삽 들고 위협 [사건의재구성]

"절도범 아냐" 주장하며 대항…법원 "특수공무집행방해"
1·2심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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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체포하려면 영장을 가져와라. 내가 법을 집행해 봐서 좀 아는데, 어디 한 번 해봐"

A 씨는 2023년 4월 경기도 광주시 한 아파트에서 '나무를 훔쳐 간 사람을 잡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B 씨로부터 절도죄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내용을 고지받자 이렇게 말했다.

당시 아파트 관리 사무소 직원 C 씨는 아파트의 화단 조경공사가 이뤄지는 현장에서 A 씨가 회양목 10주와 홍철쭉 15주를 가져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C 씨는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나무를 들고 가는 A 씨를 추적해 112에 피해 사실을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B 씨는 C 씨로부터 A 씨가 나무를 가지고 간 것이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는 사실을 듣고 탐문 끝에 근처에서 A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자신의 행위가 절도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현장을 벗어나려고 했고, B 씨는 A 씨에게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며 미란다원칙을 고지했다.

그러자 A 씨는 옆에 놓여있던 전체 길이 90cm, 날 길이 29cm에 달하는 삽을 양손에 들고 어깨 위로 올린 뒤 B 씨를 위협했다.

이 같은 범행으로 A 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 폭행은 공무원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뿐 아니라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도 포함하고 있다"며 "A 씨가 들어 올린 삽의 크기 및 형태, 삽을 들어 올리게 된 경위, 사건 당시 A 씨가 했던 말과 행동에 비춰 A 씨의 행위를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의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1심 판단에 불복한 A 씨는 항소했다.

A 씨는 "나무를 훔치지 않았는데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며 "위법한 체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항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도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은 "A 씨가 나무를 가져간 경위에 대해 구체적인 소명을 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신고자를 향해 큰 소리로 욕하면서 소란을 피운 것으로 보인다"며 "B 씨가 체포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도 소란은 지속됐고, 체포하려는 B 씨를 향해 삽을 들고 위협을 가하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동대표 회장의 허락을 받아 나무를 옮겨 달라고 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상황이 추후 밝혀져 A 씨는 석방됐다"면서도 "절도죄의 현행범이 아니라는 것이 추후에 밝혀졌다는 점만으로 현행범 체포가 범죄 혐의의 상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