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청와대 앞 108배 한 故뚜안 아버지…"딸 죽음 억울하지 않게"

대책위, 강제단속 중단·사과 촉구…"토끼몰이식 단속 언제까지"
뚜안씨 아버지 "살기 위해서 일한 딸…어떻게 불법이냐"

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 뚜안 씨 아버지 등이 기자회견을 연 모습. 2025.12.30/뉴스1 ⓒ News1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 씨의 아버지가 청와대 앞에서 이틀째 릴레이 108배를 하며 정부의 사과와 강제 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고 뚜안 사망사건 대구경북지역 대책위원회(대책위)와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는 30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뚜안 씨 아버지인 부반승 씨, 권영국 정의당 대표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뚜안 씨 아버지 부반승 씨는 딸의 영정사진을 들고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이쁘다고 한다는 한국의 속담처럼 뚜안은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였다"며 "죽은 제 딸이 더 이상 억울하지 않게 아이의 엄마가 조금이라도 평안을 되찾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제 딸은 행복하기 위해서 한국으로 왔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어떻게 불법이냐"고 토로했다.

베트남 국적의 뚜안 씨(25)는 지난 10월 대구 성서공단의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에서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피하려다 오후 6시 30분쯤 3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뚜안 씨는 구직비자(D-10)를 가지고 있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아니었지만 제조업 분야에 취업하는 건 제한돼 있는 상태였다.

뚜안 씨는 19세였던 2019년 처음 한국 땅에 발을 디디고 계명대 국제통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한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이주민 단속 과정에서 숨진 베트남 이주 노동자 고(故) 뚜안씨의 부친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에서 정부의 사과와 강제 단속 중단을 촉구하는 108배를 하고 있다. 고인은 지난 10월 대구 성서공단 내 공장에서 단속을 피해 숨어있던 과정 중 추락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12.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대책위는 정부를 향해 뚜안 씨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단속추방 정책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정부는 지역 대학의 생존을 위해 유학생들을 대거 유치하고 졸업하면 코리안 드림이 현실이 될 것처럼 홍보하지만 복잡한 비자 체계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 삶을 계획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며 "뚜안 님은 생존을 위해 공장에 일을 나갔다가 2주 만에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언제까지 사업장을 급습하고 사람을 추격하고 쫓는 토끼몰이식 단속을 지속할 것이냐"며 "개인 과실이 아닌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의한 사망임을 명확히 해 유족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현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이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세운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에 따라 실시된 것이었고 올해 여름에 1차 합동단속, 지난 9월에 2차 합동단속이 시작됐다"며 "빛의 혁명으로 들어섰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가 극악무도했던 윤석열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계획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도 문제지만 APEC의 성공을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만약 뚜안 씨의 노동이 불법이라면 이것은 뚜안 씨의 책임이 아니고 정부의 잘못된 비자 제도의 문제"라며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게 죄가 되고 그로 인해 목숨까지 잃어야 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냐"고 규탄했다.

뚜안 씨 아버지와 스님 등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청와대 앞에서 릴레이 108배를 했다. 릴레이 108배는 전날(29일)부터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대책위 등은 지난 10일부터 대통령실 앞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