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그거 터트리면 매장된다"…'스토킹 신고' 상대父에 전화(종합)
연구원 측 "주장대로 가해자면 '살려달라' 호소하겠나"
고소·맞고소 경찰 수사…정 씨, 서울시 건강총괄관 사의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저속노화'로 이름을 알린 의학박사 정희원 씨가 자신을 스토킹했다며 고소한 전 직원에게 "살려달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기 전, 직원 아버지에게도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A 씨 측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 19일 오후 6시 2분쯤 A 씨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약 10분간 통화했다.
이때 정 씨는 전화로 "딸이 20억을 요구했다", "살려주세요", "그거 터트리면 매장된다", "고소도 취하해줄 수 있다" 등 취지로 말했다는 게 A 씨 측 주장이다.
A 씨 측 법률대리를 맡은 박수진 법무법인 혜석 변호사는 "피해자가 언급한 적도 없는 '20억'을 허위로 주장하며 공갈미수로 고소까지 했다"며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까 두려움에 사로잡힌 허위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같은 날 오후 6시 56분부터 오후 7시 26분까지 5회에 걸쳐 "선생님", "살려주세요", "저도, 저속노화도, 선생님도.", "다시 일으켜 세우면 안 될까요?" 등의 문자 메시지를 A 씨에게 보냈다.
이어 정 씨는 A 씨에게 "10월 20일 일은 정말 후회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
지난 10월 20일은 정 씨가 A 씨를 처음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신고한 날로, 정 씨가 스토킹 신고를 한 사실을 후회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 씨 측에 따르면 지난 9월 A 씨가 아내 직장 근처에 갑자기 찾아가고, 주거지 현관문 앞에 편지를 놓아두는 등 스토킹 행위를 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A 씨는 정 씨 저서인 '저속노화 마인드셋'의 저작권과 금전을 요구했다는 했다는 게 정 씨의 주장이다.
박 변호사는 "언론을 상대로 공개적으로는 피해자를 범죄 가해자로 지목한다"며 "뒤로는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협박과 회유를 동시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정 씨의 주장대로 피해자가 스토킹과 공갈미수의 가해자라면, 그런 상대에게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A 씨 측은 "본 사안은 사용자·피용자라는 명백한 권력관계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피해자는 정 씨가 아니라 A 씨라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A 씨 측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정 씨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성적인 요구를 했고 피해자는 해고가 두려워 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결과적으로 권력관계를 이용한 교묘하고 지속적인 성적·인격적 침해가 이뤄진 사건"이라고 밝혔다.
당시 입장문에서 A 씨는 "정희원 씨와 1:1 종속적 근무 구조에 놓여 있었고 채용, 고용 유지, 업무 배분과 평가, 경력 전망 전반에 대한 결정권이 사용자인 정 씨에게 주어진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정 씨와 A 씨가 서로를 형사고소하며 사실관계는 수사기관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정 씨는 지난 17일 A 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및 공갈 미수 등 혐의로, A 씨는 19일 정 씨를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저작권법 위반, 무고, 명예훼손,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정 씨는 지난 8월 3급(국장급) 상당의 서울시 건강총괄관으로 위촉됐지만, 스토킹·성적학대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21일 서울시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시는 이를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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