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당일 알게 된 시각장애인 문제지 표기 변경…"시간 날려"
'(가)' '(나)' '(다)'→'㈎' '㈏' '㈐' 공지없이 변경…스크린리더 검색 안 돼
"비장애인 수능은 적극 공지하면서…장애 여부 따라 정보 제공 차이"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시각장애인 문제지의 표기 방식이 사전 공지 없이 변경돼 장애인 수험생들이 문제 풀이에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중대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맹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스크린 리더 문제지의 '(가)' '(나)' '(다)'등 괄호 문자의 표기가 이번 수능에서 특수문자 '㈎' '㈏' '㈐' 로 바뀌었다.
이런 변경 사항은 사전에 장애 수험생들과 교사 등에게 고지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전 모의평가인 2026학년도 9월 모의평가까지만 해도 기존의 표기 방식이 지켜졌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수능 당일 문제지를 받고서야 표기 방식 변경 사실을 알게 됐다.
시험지의 표기 방식의 변화는 시각장애인이 실제 문제를 풀 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스크린리더를 사용하는 시각장애 수험생은 지문 내 특정 위치를 찾을 때 찾기(Ctrl+F) 기능을 사용해 (가)·(나)·(다) 등 괄호문자로 표기된 지문을 음성으로 듣는다.
그런데 괄호문자의 표기가 ㈎·㈏·㈐ 특수문자로 변경되면서 기존 키워드론 지문이 검색되지 않았다는 게 시각장애 수험생의 설명이다.
지문을 검색할 수 없게 된 수험생들은 전체 지문을 순차적으로 들으면서 지문을 탐색하거나 메모장에 특수문자를 써둔 후 필요할 때마다 복사·붙여넣기를 해야 했다. 시험을 치르는 데 평소보다 더 긴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는 게 시각장애 수험생의 설명이다.
시각장애 수험생 A 군은 "사전에 공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표기 방식 변경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이번 사태 때문에 평소보다 시험 문제를 푸는 시간도 더 걸렸고 수능 당일 문제 푸는 시간에 시험지를 분석하며 시간을 날리는 말이 안 되는 일을 해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A 군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경기의 심판이고 수험생들은 선수라고 치면 심판이 경기 규칙을 바꾸고 선수들은 그걸 경기 시작 후에야 알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피해 학생 A 군(20)의 어머니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9월 모의고사에도 늘 하던 대로 괄호문자를 표기해 놓고 갑자기 수능 당일 시험을 볼 때 변경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비장애인 학생의 수능 시험은 조금만 바뀌는 게 있어도 공지하고 뉴스에 나오는데 왜 장애인 수능에 대해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냐"고 말했다.
A 군은 16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 '2026학년도 수능 스크린리더용 문제지 표기방식 무고지 변경에 대한 개선 요청'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이의를 신청했다.
A 군은 "비시각장애 수험생 대상 문제지의 사소한 변경 사항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적극 공지하는 것과 비교할 때, 장애 학생에게는 훨씬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지 형식 변경을 아무런 공지 없이 진행한 것은 매우 대조적인 태도"라며 "같은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장애 여부에 따라 정보 제공에 이처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 군은 "이미 시험을 치른 수험생으로서 개인의 점수나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향후 후배들이 보다 공정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민원을 제기하는바"라고 덧붙였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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