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보신각에 모인 검은 옷의 여성 114명
한국여성의 전화 '114번의 신고 114번의 실패' 퍼포먼스
"수사기관의 조치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위험에 노출"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신고받고도 실패했다. 구속도 실패했다. 처벌도 실패했다."
검은 옷을 입은 114명의 여성이 1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 모였다. 이들은 연신 "더 이상 안 된다"며 "여성폭력 방치국가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박자에 맞춰 일어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여성들이 평일 대낮에 보신각 앞에 모인 이유는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보호조치를 받았음에도 매년 수많은 여성들이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현실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114번의 신고 114번의 실패'란 제목의 여성살해 규탄 퍼포먼스를 열었다.
이날 모인 여성들은 "성차별 여성폭력 우리가 끝내자",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바꾼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동탄에서도 피해자가 사실혼 관계의 남성을 가정폭력으로 신고해 스마트워치를 받았지만 끝내 살해당하는 등, 올해 경찰에 신고하고 보호조치를 받았음에도 살해당한 여성들의 사례가 연이어 보도됐다"며 "수많은 여성들이 수사·사법기관의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생명까지 잃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09년부터 매년 발표한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동안 최소 114명의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더나 보호조치를 받았음에도 살해되거나 죽을 위협에 처했다.
지난 6월 19일 인천 부평구에선 가정폭력 피해 여성 A 씨가 60대 남편 B 씨에게 살해당했다. 경찰은 살해 전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에게 "남편도 집에 들어올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보호조치를 거부했다. 경찰은 긴급 임시조치 판단조사표의 위험도를 10점 만점에 2점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촬영한 퍼포먼스를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이 시작되는 오는 11월 25일 배포할 예정이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은 1991년 지정돼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열린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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