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어도어 전속계약 소송'…빌리프랩vs민희진 소송 영향 줄까

20억 원대 손배소…양측 대립 팽팽

그룹 뉴진스(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가 지난 3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어도어 측이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첫 심문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3.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0억 원대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변론기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최근 선고된 뉴진스와 어도어 간 전속계약 소송의 1심 결과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별개의 사건이기 때문에 같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표절 주장 두고 양측 대립 '첨예'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김진영)는 오는 14일 빌리프랩이 민 전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변론기일을 연다.

앞서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빌리프랩이 아일릿을 기획하면서 뉴진스의 콘셉트 등을 표절했다고 주장해 왔다. 민 전 대표 측은 의결권 행사 등 가처분 심문기일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빌리프랩 측은 지난해 5월 31일 민 전 대표의 2차 기자회견 이후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빌리프랩은 입장문을 통해 "아티스트와 구성원, 참여 크리에이터들의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해 민 전 대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앞선 이 사건 변론기일에서는 아일릿의 뉴진스에 대한 표절 여부를 두고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민 전 대표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표절 주장을 두고 빌리프랩 측은 표절이 아니고, 민 전 대표의 표절 주장으로 인해 아티스트와 구성원 등이 정신적·경제적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7월 열린 변론기일에서 빌리프랩 측은 "두 팀은 고유의 개성을 가진 걸그룹"이라며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 전 대표 측은 "우연적 요소로 설명이 불가한, 지나치게 광범위한 유사성이 인정된다"며 맞섰다.

뉴진스-어도어 전속계약 1심 "일부 유사한 점 확인되지만, 복제 인정은 부족"

관련 사건인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 간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안이 쟁점 중 하나로 다뤄졌다. 뉴진스 측은 다수의 전속계약 해지 사유 중 하나로 아일릿의 뉴진스에 대한 고유성 훼손 시도를 들었다.

뉴진스 측은 "빌리프랩이 뉴진스와 유사한 여성 아이돌그룹인 아일릿을 데뷔시켜 뉴진스의 고유성을 훼손하고 뉴진스를 아일릿으로 대체하려 했다"며 "그럼에도 어도어는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전속계약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뉴진스 측의 이러한 주장이 전속계약 위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뉴진스와 아일릿의 각 기획안, 화보 등에서 일부 유사한 점이 확인되기는 하나,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복제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일릿이 뉴진스를 복제했다고 하더라도 △아이돌그룹의 콘셉트는 뉴진스와 어도어 사이 전속계약에서 정한 상표권, 퍼블리시티권, 지식재산권 등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어도어는 영업비밀 유출 등을 우려하는 뉴진스 멤버들의 요구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이메일을 각 발송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어도어가 콘셉트 복제 논란에 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전속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법조계 "별개 사건…참고 판결로는 작용할 것"

이러한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의 판단이 빌리프랩과 민 전 대표 간 사건에 영향을 줄지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먼저 빌리프랩 측이 민 전 대표의 표절 발언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빌리프랩 측이 이를 반박하는 주장과 함께 민 전 대표의 발언으로 인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손해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인과관계의 입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미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선 고의 또는 과실에 기한 위법행위라는 점은 물론 손해 발생 사실, 위법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등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며 "손해액 또한 그 구체적 금액을 확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적 손해인지 경제적 손해인지도 구분해 구체적인 금액을 특정해야 하고, 그 손해가 통상손해인지 특별손해인지에 대해서도 치열한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의 결과와 유사할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건에 대한 기판력(확정된 판결의 내용이 다시 다툴 수 없는 구속력을 갖는 효력)은 없기 때문에 별개의 사건으로 다뤄져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는 "이 사건에서는 '표절' 관련 쟁점에 집중적으로 볼 테니 전속계약 유효확인 사건의 판결문이 참고 정도로 볼 순 있겠지만, 기판력이 없으니 곧바로 영향을 준다고는 하기 어렵다"며 "전속계약 유효확인 사건에선 여러 쟁점 중 하나로 다뤄진 것이고 설사 같은 선상에 두고 보더라도 이 사건에서는 판단을 달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증거가 제출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슷한 판단이 나올 거라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관련 사건의 대리인단 구성도 비슷하고, 소 제기 사유가 조금씩 다르더라도 같은 증거가 제출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체적인 판결 결과에 대한 개별 판단에는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