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년간 '미조치'된 관계성범죄 1367건 재점검…27건 수사 착수

제주서 9회 신고 끝에 살인…위험성 재판단해 수사
피해자 처벌불원·정신질환 등 이유로 종결된 사건

경찰청 전경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경찰이 반복적인 관계성 범죄 신고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건들을 전수 조사해 위험성이 높은 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3년간 관계성 범죄로 6회 이상 신고가 된 대상자를 전수점검한 결과 약 2만2000건의 사건 중 1367건이 '미조치'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반복적인 관계성 범죄 신고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실제 지난 9월 16일 제주시 아라동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20대 연인을 살해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연인과 다툼으로 9차례 신고된 전력이 있었지만 처벌 불원 등의 이유로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전수조사를 통해 반복 신고 대상자임에도 별도의 분리·안전조치 없이 현장 종결되거나 불입건된 사건들에 대한 위험성을 재검토했다.

경찰은 미조치 사건 중 위험성이 확인된 27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더불어 10건에 대해선 피의자 보호입원 등 분리조치하고 11건에 대해서는 스마트워치 지급 등 추가적인 조치를 완료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례를 보면 울산 북부경찰서는 교제 중인 사이 주취 상태로 상습 신고가 접수됐지만 피의자의 처벌 의사가 없어 현장 종결된 사건에 대해 가정폭력죄를 의율해 임시조치를 신청하고 수사에 돌입했다.

더불어 경북 경산경찰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9건이나 있었으나 피해자가 처벌을 불원하고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로 모두 현장 종결한 사건에 대해 위험성을 재판단해 내사에 착수했다.

다만 경찰은 이번에 확인된 미조치 건에 대해 "범죄 혐의 없는 말다툼, 우울증 등 정신질환, 주취로 인한 반복신고 등으로 당시 조치는 적절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향후 경찰은 반복신고 대상자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엄정한 대응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