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보수 여전사, 감사" "李 현행범"…정치 중립 위반될까

이 전 위원장 측 신문조서 공개…경찰, SNS글·유튜브 발언 집중 추궁
전문가 "일부 발언 정치 중립 위반 소지…중대 위법인지는 따져봐야"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등 위반 혐의를 받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0월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3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0.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측이 소환조사 과정이 담긴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하며, 경찰이 문제 삼는 이 전 위원장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 전 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은 대표도 현행범"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올리고, 정치 유튜브에 출연해 "결국 우리도 그들보다 더 많은 다수를 만들어야지만 이기는 거거든요" 등의 발언을 했는데, 전문가는 정치 중립 위반과 관련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지만 처벌을 받을 정도인지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 법률 대리를 맡은 임무영 변호사는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세 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 과정이 담긴 피의자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조사는 10월 2~3일과 27일 총 3일 동안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이뤄졌다.

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의 글과 발언이 국가공무원법 64조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8조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해당 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없다. 또 공직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당·낙선하게 하기 위한 행동이 금지된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 측은 조사 내내 자신의 발언은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3일 진행된 제2회 피의자 신문에서 수사관은 "'이재명 대표도 현행범' 등 (SNS) 게시물을 보면 명백히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글을 게시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그건 보는 사람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게시글을 핵심은 소위 (방통위의) 2인 체제를 해소할 능력이 있는 이 대표에게 국회 몫 3인을 추천해달라고 절박하게 요청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또 지난해 9월 10일 이 전 위원장이 한 정치 유튜브에 출연해 "보수의 여전사, 참 감사한 말씀이고요"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미 스스로 특정한 정치단체를 지지하는 행위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 전 위원장은 "덕담의 취지이지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라고 짧게 답했다.

같은 해 10월 4일 다른 유튜브 채널에선 "우리도 그들보다 더 많은 다수를 만들어야지만 이기는 거거든요"라고 한 발언이 진보와 보수를 표현한 게 아니냐는 수사관의 질문에 이 전 위원장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며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고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묵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 전 위원장의 발언이 정치 중립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처벌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지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단순히 선거 관련 발언을 했다는 사실 외에도 그 영향력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문제가 될 소지는 있지만 얼마나 심각하게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는 사법부가 가려야 한다"며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선거 중립 위반은 인정됐지만 파면시킬 정도의 중대한 불법은 아니라고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위원장의 일부 발언도 불법으로 인정될 수 있지만 중대성의 문제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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