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특조위 '청문회' 내년 초 2차례…성역 없는 조사할 것"
박진 특조위 사무처장 인터뷰…"유가족 납득할 100%의 답 내놔야"
"애도와 공감은 학습의 결과물…국가기관이 보여줘야"
- 신윤하 기자,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권준언 기자 = "적어도 '원(願)은 풀었다'는 유가족 말씀을 듣고 싶어요. 그게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제1 목표입니다."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첫 조사 개시가 이뤄진 지 4개월, 활동 기한이 8개월 남은 시점. 많은 이들이 특조위에게 '중간 성과가 뭐냐'고 물을 때 도리어 '피해자 중심 접근법'이란 원칙을 언급한 박진 이태원 특조위 사무처장의 모습에서 결연한 다짐이 엿보였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만난 박 처장은 조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애매한 성과 과시로 일을 그르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박 처장은 "저희는 100%의 답을 내놓고 싶다"며 "탄핵될 수 없는 탄탄한 논리와 증거로 사회에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그리고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100%의 진실을 내놓겠다는 의지다.
시민사회계에서 현장을 지켰던 박 처장이 이토록 신중한 것은 그가 특조위가 진실에 가닿기를, 그래서 유가족이 원하는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절실하게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택 미군기지 반대 운동, 용산 참사, 쌍용차 해고 투쟁, 세월호 참사 등 숱한 현장을 지켜왔다. 현장에서의 슬픔을 아는 만큼, 진정으로 피해자들을 위한 답을 내놓고 싶다.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100%의 답을 도출하기 위해선 필요한 조사가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박 처장의 설명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특조위 조사에 성역은 없다고 박 처장은 말했다. 그는 "책임 있는 이들의 진술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부르겠지만, 특조위의 중간 결과 발표 등이 누군가의 알리바이를 벌어줄 수 있음을 늘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특조위가 '청문회' 카드를 한 번도 뽑아 들지 않은 것도 가장 좋은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다. 이태원 특조위는 청문회를 열어 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채택할 권한이 있다. 청문회를 개최하면 사실상 책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이 공개되는 셈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특조위의 청문회는 내년 초 진상규명국과 안전사회국에서 각각 한 차례씩 열겠다는 게 박 처장의 구상이다. 박 처장은 "청문회는 책임 권한이 큰 사람에 대한 조사와 비슷한 성격이 있는 자리인데, 그냥 퍼포먼스로만 할 순 없다"며 "조사를 더 진행한 후 정확하게 물을 수 있는 질문들이 있을 때 청문회를 할 계획이다. 그 시기가 연초일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진상규명국과 안전사회국에서 한 차례씩 청문회를 여는 걸 예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늦었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서 진실에 가닿으려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특조위에게는 없는 수사권을 가진 검경 합동 수사팀이 지난 7월 30일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졌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경비 인력이 이태원 일대에 배치되지 못했단 사실이 담긴 합동감사 태스크포스(TF)의 감사 결과가 지난 23일 발표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특조위는 어떤 역할을 할지는 고민이다. 강제적 수사권이 없는 특조위와, 수사권을 가진 검경 합동 수사팀의 조사 대상 및 조사 범위가 겹칠 수 있단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박 처장은 특조위가 수사가 아닌 조사를 담당한다는 게 '장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사 당일 사고가 발생하고 시신이 유가족에게 전해지기까지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더 많은 이들의 입을 열 수 있는 '조사'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박 처장은 "인간은 '수사를 받는다', '법적 책임에 이른다'는 생각이 들면 적극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닫기 마련"이라며 "사법적 책임을 떠나서 진실에 이르기 위해선 조사가 큰 힘을 발휘한다"고 힘줘 말했다.
특조위와 검경 합동 수사팀은 지속해서 만나 역할을 조정하고 있다. 박 처장은 "수사와 조사라는 각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자는 건 양 기관이 합의했다"며 "이전에 있었던 특조위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을 보면 각 기관의 박자가 맞지 않고 서로 욕심을 내다보면 정말 결과가 잘못될 수 있지 않냐. 그런 교훈을 공유하면서 역할을 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저는 애도와 공감이 당연히 느껴지는 감정이 아니라 학습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 처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를 보며 '우리 사회는 참사를 어떻게 대하고 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했다.
참사에 책임 있는 정부, 국가 기관이 먼저 애도하고 슬픔에 공감하지 않으면, 국민 개개인도 애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책임 있는 기관들이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공감한다는 결과물을 계속 보여주고 주지시켜야 한다"며 "그런 노력이 없으면 피해자들의 일생이 회복되지 않는다. 국가는 적어도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무덤에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의 피해는 2022년 10월 29일 끝나지 않은만큼, 국가가 들여다 볼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았다. 올해 8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 2명이 참사 이후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처장은 "이 참사는 나쁜 무계획으로 인해서 벌어진 참사란 말에 공감한다"며 "심리적으로 피폭된 사람들이 있다. 돌아가신 소방관들은 희생자로 보고 조사할 예정이고, 현재 이태원 참사를 조사하고 있는 우리 조사관들을 지원할 수 있는 계획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조위의 남은 활동 기한 8개월, 길면 11개월의 시간 동안 '애도의 학습'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게 박 처장의 바람이다. 가장 슬프고 힘들었을 유가족, 그들 옆에 서 있는 특조위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 처장은 "유가족이 납득할 수 없으면 그 진실이 진실이겠냐"며 "성역 없는 조사라는 기본 원칙 아래,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말 다정하고도 친절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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