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3주기…112신고 코드 추가하고 경찰 위기전담 부서 신설
경찰, 사고발생 시 도로 통제 상황 발생 대비 역할 담당
112신고 코드에 '인파관리' 추가…서울경찰청, '위기관리계' 신설
- 한수현 기자,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한수현 유채연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경찰은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소방 등 관계 기관과의 구체적인 협조 체계를 기반으로 다중 운집 인파 현장의 위기관리 대응에 나서고 있다. 또한 '112신고 사건종별 코드'에 '인파 관리'를 신설해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여러 재난 대응 기능을 합친 '위기관리계'를 신설하는 등 재난 콘트롤타워 역할 기능의 조직을 마련하기도 했다.
26일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도로·광장·공원 등에서의 다중운집인파 재난에 대한 위기관리 표준·실무 매뉴얼'을 올해 4월에 마련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경찰관서에서는 올해 7월 '현장 조치 행동 매뉴얼'을 마련했다.
표준·실무 매뉴얼은 위기 유형과 관리 체계, 위기관리 기본 방향, 단계별 위기관리 활동 등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일반인이 자유롭게 모이거나 통행하는 도로, 광장, 공원에서 다중 운집 인파 사고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적용된다.
매뉴얼에는 다중 운집 인파 사고 주요 사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10·29 이태원 참사는 국내 사례 중 가장 최근 사례로 기록됐다.
매뉴얼에선 당시 주요 문제점으로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계획 마련 미흡 △사고 발생 이후 경찰, 소방, 의료기관 간 유기적 협력 부족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주요 제도 개선 사항으로는 △개최자 없는 지역축제 안전관리 의무 근거 마련 △사회재난 발생 원인에 다중 운집 인파 사고 추가 등이 기재됐다.
매뉴얼에서는 다중 운집 인파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재난관리 주관기관을 행안부와 경찰청으로 하고 있다. 이전부터 경찰은 행안부와 지자체, 유관기관과 함께 대응했는데 그 협조 체계를 유지하되, 일부 체계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식이 명시됐다.
매뉴얼에 따르면 주관기관인 행안부와 경찰은 위기 징후의 활동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이를 위해 징후 감시체계를 구축해 위기 징후 포착 시에는 관련된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했다. 또한 다중 운집 인파 재난의 위기 징후 감시 평가 결과를 매주 대통령실에 제출해야 한다.
2014년 마련된 매뉴얼과 달리 올해 마련된 매뉴얼에서는 사고 발생 이후 경찰과 유관기관 등의 공조·협력체계 구축·유지를 중점 추진 사항으로 명시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시 다중 운집 인파 관련 도로 통제 상황 발생 대비 역할을 담당하고, 소방과 지자체 등 안전 관련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PS-LTE)의 상시 송·수신 체제를 유지해 신속한 위기 경보 및 전파 체계를 확립했다.
2014년 매뉴얼에서는 행사장 안전관리를 행사 주최자가 주도하도록 하고, 1차적인 책임을 주최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을 두고 있었으나, 이번 매뉴얼에서는 주최자 책임 중심이 아닌 재난관리 주관기관 및 유관기관의 감시 ·운용 체계가 담겼다. 이를 통해 특정 주최자 없이 연례적으로 불특정 다중이 운집하는 행사 등을 대응하는 체제가 갖춰진 것이다.
실제 매뉴얼에는 예방 단계에서부터 도로·광장·공원의 재난 안전 예방 활동을 강화해 연례적 또는 관습적으로 불특정 다중이 운집하는 개최자 없는 축제, 행사 등 현황을 파악하도록 했다. 또한 주요 번화가 및 먹자골목 등 특정 시기 또는 주기적 다중 인파가 운집하는 지역을 발굴하도록 했다.
이태원 참사 3년 만에 '112신고 사건종별 코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경찰은 지난달 1일부터 개편된 사건종별 코드에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파 운집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인파 관리'를 신설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될 위험을 밝힌 112 신고가 다수 접수됐으나 당시 신고 전화의 사건종별 코드는 '위험방지'로 분류됐다.
경찰은 '인파 관리' 사건을 따로 분류해 이태원 참사와 같은 다중 인파 운집으로 인한 위험 상황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재난 기능과 다중 운집 행사 기능을 합쳐 '위기관리계'를 신설했다. 위기관리계에서는 시민이 많이 모이는 다중 운집 행사에서 인파 밀집으로 인한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아울러 풍수해, 산불 등으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을 통제하거나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일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실제 다중 인파 운집 현장 대응에 도움이 되겠지만, 만들어진 매뉴얼을 충분히 인식하고 실제 역할과 책임에 맞춰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당시 가장 큰 문제점은 지자체 등에서 유관기관과 함께 종합적인 대책 회의를 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며 "재난 현장에서는 정보 공유가 굉장히 중요한데, 실시간으로 정보가 계속 공유될 수 있게 된 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주최 측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자발적으로 인파가 몰리는 곳에 대한 안전 관리가 부족했는데 그 사각지대가 보완됐다"며 "앞으로 동선 관리에 더욱 신경 쓰고, 징후가 있을 때 경찰 등 유관기관들이 합동으로 현장 대응에 나선다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매뉴얼대로 이행할 수 없다면 예방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오히려 사고를 조장할 수 있다"며 "실행 주체에 따라 역할을 제대로 알고, 또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한 뒤 매뉴얼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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