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사망' 韓대학생 발견 현장서 혈흔 확인…'가혹한 구타' 정황

혈흔 '생활반응' 중 하나…살아있는 사람에게서만 관찰
부검팀, 머리카락도 확보…마약 투약 여부 확인할 듯

캄보디아 측 경찰 관계자들이 20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사원에서 지난 8월 보코산 지역의 온라인스캠범죄단지에 감금돼 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 박모씨의 시신 부검 및 화장을 마치고 사원을 나서고 있다. 2025.10.2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프놈펜·서울=뉴스1) 김종훈 강서연 기자 =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사기) 단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 박 모 씨(22)가 발견될 당시 현장에 핏방울이 떨어져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 씨가 사망 직전 다량의 피를 흘릴 정도의 가혹한 구타를 당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 당국은 지난 8월 8일 캄보디아 보코산 지역에서 박 씨의 시신을 발견한 장소에 떨어진 혈흔을 확인했다. 혈흔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만 발생하는 생활반응 중 하나로, 박 씨가 범죄조직원들로부터 다량의 피를 흘릴 정도로 맞았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박 씨는 지난 7월 "취업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캄보디아로 출국했지만, 범죄조직으로부터 고문을 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20일) 프놈펜 소재 턱틀라 사원에서 진행된 한국·캄보디아 당국의 공동부검을 통해서도 박 씨 시신에서 다수의 타박상과 외상이 발견됐다. 피멍 흔적도 있다고 한다. 고문에 의한 사망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앞서 캄보디아 수사 당국 또한 박 씨의 사인을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봤다.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살아있을 때 혈흔이 튄 흔적이 있다면 그 장소가 폭행이 이뤄진 곳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검 결과 일각에서 의혹으로 제기된 박 씨의 장기 적출 등 시신 훼손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이번 부검 과정에서 박 씨의 머리카락 등 검체가 채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경찰은 머리카락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증거물 봉투를 챙겨 현장에서 철수했다. 통상 머리카락은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쓰인다.

유 교수는 "모근의 경우 나중에 신원 확인을 위해 하기도 한다"면서도 "부검을 했다면 혈액도 있을 텐데 (머리카락은) 마약 투약 여부를 위해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의 정확한 사인을 향후 국내에서 예정된 조직검사 및 약독물검사, 양국에서 진행 중인 수사결과 등을 종합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부검을 마친 시신은 곧바로 사원 내에서 화장됐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는 유해를 유족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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