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 어쩌나" 캄보디아 입국 막히자 인접국 우려…'비자런' 가능성도
태국·베트남 교민들 "캄보디아 누르면 범죄는 또 다른 곳으로"
태국 경유해 캄보디아 입국하는 '비자런'도…"육로로도 갈 수 있어"
- 신윤하 기자,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가 발령된 가운데, 캄보디아와 인접한 국가들에서도 덩달아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내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범죄 조직이 인접국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접국을 경유했다가 캄보디아로 입국하는 '비자런'(Visa Run)도 또다른 골칫거리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베트남·태국·라오스·말레이시아 등 캄보디아 인접국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 인력을 구한단 유인 글이 온라인상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캄보디아로 국민을 유인하는 구인 광고가 계속 온라인상에 게시되고 있는 데에 대해 삭제 조치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캄보디아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글들이 올라왔던 게시판 등이 실제로 삭제되는 등 캄보디아 구인 글들은 다소 사그라든 추세다.
며칠 전까지 캄보디아 구인 구직 글이 게시됐던 한 사이트는 구인 구직 게시판을 삭제했다. 이 사이트엔 "충북청 사이버수사대에서 '해당 사이트에서 고수익 아르바이트 등 캄보디아 불법 구인 구직 내용이 확인되어 삭제, 차단 요청 드린다'는 요청 공문이 접수됐다"며 "앞으로 일어날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잠정 삭제를 하였으니 참고 바란다"는 공지가 게시됐다.
하지만 태국과 베트남 등 인접국의 고수익 아르바이트 유인 글은 아직도 손쉽게 인터넷에서 확인 가능하다. '태국 TM(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 '라오스 TM 아르바이트' 등을 검색하기만 해도 다양한 유인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재태국한인회는 16일 긴급 안전 공지를 내고 "최근 캄보디아·태국 접경지역 파타야·방콕 일대에서도 보이스피싱 및 불법 콜센터 모집을 빙자한 인신매매 형 범죄가 보고되고 있으며, 해당 조직이나 유사 조직의 태국 내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캄보디아 인접국의 교민사회는 범죄조직의 이동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엔 캄보디아와 인접한 베트남 국경지대에서 범죄조직의 대포통장 모집책이었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태국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윤두섭 재태국한인회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캄보디아를 누르면 결국 그게 풍선효과처럼 딴 데로 퍼져 나갈 텐데, 그런 지역 중 (범죄 확산의) 큰 확률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태국이라 걱정된다"며 "파타야나 방콕엔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이미 많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베트남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박 모 씨도 "캄보디아의 주변 국가이기 때문에 현지 교민들도 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국민에 대해서도) 공항에서 출국 검문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인접국을 경유해서 캄보디아로 입국하는 비자런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비자런이란 무비자 체류 허용 기간이 지나기 전에 일시 출국했다 다시 귀국해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편법이다. 최근 범죄단지에선 인접 국가를 경유해 캄보디아로 입국하는 방법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외교부가 16일 0시부터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가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라, 캄보디아의 범죄 단지로 들어가려는 이들이 태국 등 인접국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태국의 경우엔 방콕에서 캄보디아 포이펫 지역 국경까지 육로로 4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다.
태국 현지를 잘 아는 관계자는 "태국에서 캄보디아 국경까지는 육로로도 충분히 갈 수 있고, 검문소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걸어서 국경을 건너가면 된다"며 "물론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 국지전이 일어났기 때문에 국경을 통과하는 게 옛날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를 단속하면서 인접국에 대한 풍선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단속이 있게 되면 범죄가 없어지는 게 아니고 장소와 방법이 이전되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상당 기간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범죄의 장소를 이전하는 현상은 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법상 주권 존중의 원칙이 있는 만큼 인접국으로 퍼지는 범죄조직에 대해서도 한국 경찰이 선제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인접국에 코리안 데스크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 또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웅혁 교수는 "다른 나라 정부에서 '우리도 형사 공조가 필요하니 한국의 코리안 데스크를 적극 원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코리안 데스크가 사실상 가능하다"며 "캄보디아 정부의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우리 한국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다만 상황이 이 정도까지 치달았으니 지금까지 손 놓고 있었던 외교부 등이 정신 차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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