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무서워요? 안전합니다"…'월 2천만원' 유인글 여전

검색 몇번으로 유인글 다수 나와…연락하자 "안전 걱정 안해도 돼"
'항공권·숙식 제공' '초보 가능' 현혹…전문가들 "제지 방법 없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글 갈무리

(서울=뉴스1) 신윤하 권진영 기자

"오셔서 돈 벌 생각만 하세요~ 우리 실패 많이 해봤잖아요. 뭐가 무섭겠어요~!!!"

14일 오전 유럽한인총연합회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마케팅(TM)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글에 적힌 문구다. 별다른 은어 없이 '해외 알바', '해외 텔레마케팅'과 같은 간단한 키워드만 넣어도 금방 수십 개의 구인 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진이 구인 글에 적힌 텔레그램으로 연락하자 계정주는 곧바로 이 '돈 버는' 일이 보이스피싱임을 대놓고 밝혔다. 계정주는 "저희가 하는 일은 보피(보이스피싱)"라며 "열심히 하시면 주 300~500(만원) 정도는 버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안전을 강조하고 친절하며, 일 처리도 빨랐다. 취재진이 '안전은 보장되는 거냐'고 물으니 "안전을 수입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는 사무실"이라면서도 "본인 안전은 본인이 알아서 챙기셔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 범죄경력회보서, 여권 사진을 보내주면 이번 주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바로 끊어주겠다고 했다. 성별이 여성이라 밝히자 "더 좋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거는) 1선에선 여자가 하는 게 더 잘 된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고수익 해외 아르바이트 홍보책들과 취재진이 14일 텔레그램으로 연락한 내용
취재진 연락하자 "주 500만원 벌어…안전을 수입보다 중요하게 생각"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고문·납치 사건이 잇따르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상에는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글이 아직까지도 게재되고 있다. 취재진이 확인한 한 커뮤니티엔 전날부터 이틀간 10여 개의 구인 글이 올라왔다.

구인 글들엔 공통적으로 '돈 욕심 많은 분 환영', '돈은 확실히 많이 번다'는 내용과 함께 '숙식 무료 제공', '최고급 숙소 제공', '항공권, 숙소 모두 지원' 등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혹할만한 말들이 적혀 있었다. '초보도 가능', '배우면 됩니다' 등 경력이 없어도 된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일해야 하는 국가는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태국, 필리핀 등 다양했다.

이들이 제시하는 급여는 주 300만~500만 원으로, 한 달에 1200만~2000만 원도 버는 게 가능하다고 현혹하고 있었다. 일부 글엔 급여는 주 3000달러(약 428만원)에 인센티브도 보너스로 지급한다는 안내가 적혔다.

최근 캄보디아 한국이 납치 사태를 의식한 듯 '폭행, 감금과는 거리가 먼 사무실', '신변 보호' 같은 문구도 구인 글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취재진이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또 다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내 보이스피싱 홍보책은 "극히 소수 회사가 (납치·고문) 그런 거고, 저희랑은 1도 관계 없다"며 "안전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당근마켓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도 유인 글들이 올라온다. 당근마켓엔 "캄보디아에 서류 가져다주실 분 찾는다"며 건당 40만원 지급을 약속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물은 현재는 삭제됐다.

미끼성 구인 글에 속아 해외 범죄조직에 도착하면 로맨스스캠, 보이스피싱, 마약 운반 등에 동원되고, 불법적인 일들을 거부하면 감금·폭행한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설명이다.

지난11일 캄보디아 AK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이 살인과 사기 혐의로 A씨 등 30에서 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8월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KP통신 홈페이지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2025.10.13/뉴스1
'범죄 가능성' 해외 아르바이트 구인글 제지 방법 없어…"경찰 모니터링 강화해야"

문제는 온라인에 올라오는 이런 글들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노년층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터넷 사용에 익숙해서, 더더욱 피싱 범죄에 노출되긴 쉬운 실정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에 연루돼 있는 게 분명해 보이는 글들인데도, 개인의 SNS 활동 등은 어떤 심의나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그런데 한국인은 금융 거래도 인터넷상으로 가장 많이 하니까 매력적인 범행 표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조직에 연루가 돼 있는 온라인상의 글들의 경우, 경찰에서 모니터링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범죄 조직을 위장 수사 및 증거 확보를 통해 검거하는 것도 경찰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구인 글들이 비상식적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만큼, 일부 피해자들도 해당 업무가 불법적인 일이란 건 짐작하고서 출국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달에 3000만 원을 벌 수 있단 말에 90%의 사람들은 사기임을 알 수 있다"며 "물론 피해자들을 탓할 순 없지만 불법적인 일임을 알고도 출국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