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강 위에서 '펑'…모터보트 화재 원인 '연료 누출' 유력

소방청, 잠원 인근 한강서 발생한 요트 화재 특별조사 종료
"연료 외 연소 매개체 확인 안 돼…인적 부주의 가능성도 배제 어려워"

지난 8월 8일 오후 서울 반포대교 인근 수상에 떠 있던 요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독자 제공)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지난 8월 8일 서울 반포대교 인근 한강 수상에서 발생한 모터보트 요트 화재 사고의 원인이 끝내 '미상'으로 결론 났다. 단 엔진룸 주변에서 샌 연료가 발화 및 폭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일 뉴스1이 입수한 '화재 현장 조사서'에 따르면 소방 당국과 서울경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유관기관은 지난 8월 14일 모터보트 요트(요트)를 인양해 2차 화재특별조사를 실시해 왔다.

이 요트는 선체 후미와 내부 구조물이 불에 타버려 정확한 화재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려웠으나 당국은 공통으로 증발한 휘발유가 고온과 만나 폭발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일한 연소 매개체는 '휘발유'…화재 전 "기름 냄새" 진술도

화재 당일 문제의 요트는 오후 8시쯤 서울로얄마리나에서 출발해 분수 쇼를 보기 위해 잠수교 인근 수상에 정박했다.

탑승자는 총 6명. 이들은 조리가 필요 없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분수 쇼를 즐겼다. 그러다 다시 배에 시동을 거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었다. 순조로웠던 뱃놀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감정 결과서를 통해 "화재 모터보트 기관실 내부에 체류 돼 있던 연료(휘발유) 유증이 착화돼 폭발한 것으로 보이나, 휘발유 누출 개소 및 점화원의 한정은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사고 당시 요트 기관실 내부에서는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 외에 폭발과 관련지을 만한 연소 매개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소방청 역시 합동 감식 결과와 "화재 발생 지점에 가까이 가서 엔진을 껐을 때 기름 냄새가 좀 심하게 많이 났다"는 탑승자 A 씨의 진술, 화재 진행 방향 등을 토대로 국과수와 같은 결론을 냈다.

이어 발화 지점에 대해서는 "요트 선박의 실내 후미 쪽 2개 있는 엔진룸 인근으로 한정함이 타당하고, 그중에서도 미세하게 더 큰 수열(受熱)을 받은 오른쪽 엔진룸 주변부로 한정함이 보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변수 많은 요트…미연의 사고 방지 위해서는 수시 점검 필수"

운전자 B 씨는 지난해 중고 거래로 연식 20년 이상의 요트를 인수했다. 마지막 선체 점검은 2024년 11월 12일이었다.

이후 B 씨는 부산에서 서울로 요트를 가져와 종종 운행했지만 불이 날 때까지 주기적인 정비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청이 인적 부주의 가능성을 지적한 이유다.

당국은 "20년 이상 된 노후 모터보트 선박을 인수하고 단 한 차례만 정비했음을 언급한 점은 관리상 부주의 측면이 있으며, 긴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항시 물 위에 정박하는 모터보트 특성상 화재 및 안전상 관리 부주의는 배제하기 어렵다"고 추정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요트는 변수가 엄청 많다. 어제까지 잘 되던 것이 갑자기 오늘 아침에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에 쓰이는 배의 경우 주 1, 2회 정도는 오일 체크를 통해 냉각수·오일 양·누수 및 누유 여부를 점검한다"며 "개인 선주라고 해도 내 배에 대해 100% 알고 있는 선주들은 거의 없다. (운행 빈도에 상관없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