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에 '국감' 차질 불가피…"USB·문자메시지 총동원"
온나라시스템 마비에 아날로그 수기 결재
"자료 제출 계속 연기…국감 준비 힘들어"
- 이비슬 기자, 조수빈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조수빈 기자 =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공무원용 문서 결재 프로그램인 온나라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추석 연휴 직후 실시하는 국정감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 부처가 국회 요구 자료를 '아날로그' 방식인 수기 결재 후 제출하고 있어 업무 지연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상 이용하지 않던 문자 메시지도 질의용으로 쓰이고 있다.
다만 공무원 업무 데이터 저장소인 G드라이브 전소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재 전 단계의 대부분 자료가 개인 업무용 PC에 저장돼 있어 국감용 자료 확보와 대응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분위기다.
2일 정부 부처와 국회 등에 따르면 오는 13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실시하는 국정감사 준비 과정에 국정자원 화재 사고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국정감사 기간 소관 기관에 대한 감시와 정책 개선을 위해 '국회 의정자료 전자유통시스템'를 이용, 정부 부처에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각 부처 내 기획조정실 등 국회 자료 최종 제출을 담당하는 부서는 의정자료 유통시스템을 활용해 내부에서 취합한 자료를 국회에 전달하고 있다. 현재 해당 시스템은 정상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번 화재로 전소된 7-1 전산실에 있던 시스템 96개 중 하나인 온나라시스템이다. 온나라시스템은 중앙부처와 자치단체 297개 기관 공무원 약 72만명이 내부 문서를 보고·결재할 때 사용하고 있다.
당초 국감 기간 온나라시스템은 각 부처 내 자료 담당자들에게 '메모보고' 등 기능을 통해 국회 요구자료를 공지하고 수신자를 지정,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하는 창구 역할도 수행했다. 현재 온나라시스템 이용이 막히면서 일부 부처는 내부 메신저를 이용해 자료 담당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고 자료를 취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소된 96개 시스템을 대구 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로 이전·설치하는 데는 최소 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정감사 기간 온나라시스템을 이용한 업무는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 부처 업무가 마비되자 피감기관 자료를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는 국회에서도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보좌진은 "온나라시스템 결재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처 자료 제출이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며 "당장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는데 추석 직후 국감을 준비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감 자료 요구 과정에서 보안 문제로 사용하지 않던 메신저를 불가피하게 이용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또 다른 국회 보좌진은 "국회 제출용 결재 문서는 보안 때문에 담당자가 USB를 국회에 직접 전달했다"며 "상황이 급하다 보니 문자메시지나 유선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공무원들이 컴퓨터(PC) 하드디스크 대신 업무를 저장하는 'G드라이브' 데이터도 전소됐다. 다만 G드라이브 사용은 선택 사항이며 최종 결재 문서 이전의 대부분 자료와 문서를 개인 PC에 저장해 활용하고 있어 사실상 '백업' 자료 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전해졌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일부 과에서 소실된 자료가 있지만 모든 정보를 G드라이브에 파일을 저장하지는 않는다"며 "국감 준비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도 "몇개년에 걸친 장기 자료라면 국감 요구자료 준비에 다소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인수인계 폴더가 항상 있기 때문에 G드라이브로 인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G드라이브 의존도가 높은 일부 부처는 향후 업무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사처가 G드라이브에 저장한 모든 자료 소실이 예상된다. 인사처는 전체 직원이 행안부의 예규에 따라 클라우드를 이용, 업무자료를 G드라이브에만 저장했다.
업무용 PC에 보관하기 어려운 대용량 특수 자료를 백업한 경우에도 복구가 불가능해 추후 정부 업무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G드라이브는 올해 8월 기준 74개 정부 부처 19만 1000여 명이 가입해 사용 중이며 공공기관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사용 데이터는 올해 8월 기준 약 858테라바이트(TB)로 파악됐다. 256GB 스마트폰 약 340만 대 분량에 해당한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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