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건 접수됐어?" 지인 부탁에 사건 무단 열람한 경찰[사건의재구성]

현직 경찰관, 지인들에게 대가 받고 사건 정보 90여 차례 열람
재판부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 목적으로 열람할 권한 없어"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내 사건 형사 접수 됐는지 확인해 줄 수 있어?"

2021년 서울 구로경찰서 소속 모 지구대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신 모 씨(50대)는 지인 A 씨의 부탁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접속했다.

그는 A 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검색해 사건번호·관서·죄명·진행 상태·이송 여부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파악했다.

경찰이더라도 업무상 권한이 없는 사건을 검색·열람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이는 킥스 내부 경고문을 통해서도 공지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신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약 90차례에 걸쳐 지인 7명의 사건을 상습 조회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양진호 판사는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 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양 판사는 "피고인은 수사가 진행 중인 범죄 피의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추가로 대가를 요구하며 관련 정보를 열람했다"며 "수사 내용이 노출되고, 수사기관의 업무 집행에 대한 공정성과 청렴성 및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가 중대하게 훼손돼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권한 없는 열람은 아니다"라는 신 씨 측 변론에 대해서도 단호히 선을 그었다.

앞서 신 씨는 '형사사법정보를 열람한 것은 사실이지만 접수증·사실확인원 발급 메뉴에 접근 권한이 있었으므로 무단 열람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하지만 양 판사는 "관련 정보를 열람할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관이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목적으로 열람할 권한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 씨가 2020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같은 범행으로 적발돼 구로서 지구대로 전보 조처된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감찰 조사·수사 등을 받고 있는 상태임에도 자숙하지 않고 오히려 범죄 피의자들에게 대가를 요구하며 재범했다"고 꾸짖었다.

단 신 씨가 장기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했고, 동종 범죄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은 것 외에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으로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은 점 등을 참작해 형 집행을 유예했다.

선고 후 신 씨 측은 지난 19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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