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도 이제 '말 통한다'…마포서 AI 통번역기 도입

마포서, 최근 유치장과 민원실, 정문에 번역기 도입
음성 인식률↑…AI 통번역기로 인권·업무 모두↑

서울마포경찰서가 최근 민원실과 정문, 유치장에 전문 인공지능(AI) 통역기를 설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민원실에 배치된 번역기의 모습. 2025.09.22/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외국인에게 영장실질심사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지난 19일 서울마포경찰서 조민경 경장은 유치장 입감 업무에서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고충을 토로했다. 유치장뿐만 아니라 일반 민원을 보러오는 외국인도 경찰서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 곤란함을 표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마포경찰서가 유치장·민원 현장에 전용 통번역기를 배치해 외국인 대상 의사소통을 대폭 개선했다. 휴대전화 반입이 금지된 유치장 특성상 번역 앱 사용이 어려웠던 현장 한계를 보완해, 인권 보장과 안전 관리 모두에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번역기는 지난 2일부터 마포경찰서 유치장 1대, 민원실 1대, 현관 1대 등 총 3대가 배치됐다. 1대당 약 33만 원 수준으로, 전체 예산은 100만 원 안팎이다. 번역기는 인터넷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며, 최대 74개국, 144개 언어를 통역할 수 있다.

특히 유치장에서 번역기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치장 내부에서는 휴대전화 등 개인 단말 사용이 금지돼 있어, 그간 경찰 공용폰의 구형 번역 앱에 의존해 왔다.

유치관리팀 조민경 경장은 "과거 공용폰 번역 앱은 언어 수가 제한적이고, 일부 언어는 음성인식 버튼조차 활성화되지 않아 사실상 쓸 수 없었다"며 "지금은 중국어·러시아어는 물론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음성으로 바로 주고받을 수 있어 안내·권리 고지·생활 지시가 눈에 띄게 정확해졌다”고 말했다.

마포경찰서 민원실에 배치된 인공지능(AI) 번역기 . 2025.09.22/뉴스1

마포서는 관내 홍대 일대 특성에 더해, 광역수사단(마약 등) 의뢰 입감이 이곳으로 들어온다. 외국인 유치 비중이 높은 날에는 10여명 중 다수가 외국인일 정도로 '다국적' 구성이 흔하다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조 경장은 번역기 도입 전 외국어 문제로 곤란했었던 것이 1~2개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유치장에서는 수감자뿐만 아니라 경찰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통역이 어렵다. 그렇다고 매번 통역가를 부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조 경장은 "수감자 중 필리핀 사람인데, 영어가 아닌 타갈로그어만 할 줄 알아서 소통이 순탄치 않아 매우 답답했다"며 "일부 수감자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답답함에 자기 가슴을 치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수감된 외국인 중에는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앞으로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는지를 가장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상 어려운 법률 용어나 절차 등을 영어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조 경장은 아예 간단한 중국어를 스스로 배우기까지 했다고 한다.

번역기 도입은 마포서 청문감사인권관실이 자산취득비를 활용해 '현장 필요'로 제안·설득해 성사됐다. 관계자는 "유치장에 통번역기를 상시 비치한 건 서울 일선서 중 최초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다른 일선서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치를 도입했었지만, 음성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반면 마포서에 도입된 번역기는 사람의 음성을 곧바로 인식해 번역할 수 있었다.

특히 유치장에서 일부 외국인은 한국말을 할줄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알아듣는 일종의 '꼼수'를 부린다는 것이다. 이번 번역기 도입으로 어느정도 이러한 점이 해결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효과는 '권리 보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마포서에 따르면 외국인 유치인의 경우 언어의 한계로 인해 권리 주장이나 면담 요청을 하기가 쉽지 않다. 마포서는 번역기 도입을 계기로 권리고지·불만 접수·인권침해 진정 안내를 적극적으로 할 방침이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