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줄 3배" "파업한 줄 몰라"…서울대병원 어수선해도 정상운영
21년만의 국립대병원 최대 공동파업…환자들, 파업 취지 공감
의료연대본부 "진전 없으면 2차 공동파업…규모 강력해질 것"
- 신윤하 기자, 유채연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유채연 기자
"진료받으려 하는 환자들 줄이 평소의 3배였어요."
"급한 환자들이 돌아가시거나 치료를 못 받으면 안 되겠지만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파업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
국립대병원들이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공동파업에 돌입한 17일 서울대병원은 일부 진료가 지연되긴 했으나 대부분 업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환자들은 낮은 임금과 부족한 인력 등 병원 직원들의 파업 이유를 공감한다는 목소리와 환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파업해야 한다는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산하 강원대병원·경북대병원·서울대병원·충북대병원 조합원 8600명은 이날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인력 확충 및 공공의료 확대, 의료 민영화 중단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은 총파업대회를 앞두고 분주하게 준비하는 노조원들과, 채혈실 등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긴 줄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병원 외벽엔 노조가 파업 이유를 써서 붙인 피켓들이 곳곳에 있었다.
본관 내부는 이른 아침부터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오전 9시 20분 기준 채혈실의 대기자가 58명으로, 대기 의자가 부족해 서서 기다리는 환자들도 많았다.
환자들도 파업 이유에 공감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는 정성엄 씨(67·남)는 이날 파업 현수막을 바라보며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병원이 되면 좋겠고, 인력 부족 등 파업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국민이 더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파업한 의료진을 응원하기도 했다.
정 씨는 "다리 수술하려고 하니 동네 병원에서 수술비만 6000만 원 든다고 했었는데, 서울대병원에 와서 진료를 보니까 그런 대수술이 필요 없다고 하셨다"며 "수술 안 할 것도 수술하고 사업성도 덜 신경 쓰는 병원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게 소원"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진이 평소보다 적어 불편했다는 환자들의 호소도 있었다. 이 모 씨(65·남)는 "심장 쪽 때문에 병원에 왔는데 평소보다 줄이 3배 정도 길었고, 의료진 수는 평소의 4분의 1 정도였던 것 같다"며 "의료 공공성 등을 이해는 하지만 환자의 불편함을 개선해 가면서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응급실이나 기타 병동들은 붐비는 정도가 평소 수준에 그치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파업을 하는 줄 몰랐거나, 별다른 불편을 못 느꼈단 환자들도 다수였다.
서울대병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노동조합법)상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 파업을 해도 최소한의 인력은 남아야 한다.
피부과를 방문한 정 모 씨(65·남)는 "피부과는 대기줄이 길거나 하지 않고 바로바로 들어가는 분위기였고, 옆에 호흡기 내과도 별 불편함 없이 진료 보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산부인과를 방문한 20대 여성 박 모 씨도 "줄이 길긴 했지만 엄청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며 "파업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한 민원이나 신고 내용이 있었냐는 문의에 "그동안의 경험을 미뤄 보아 (파업으로 인한 불편) 사례가 생길 수 있지만 오늘 들어 온 불편 민원 등은 없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측은 이날 파업에도 정부와 병원 측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곧이어 더 강도 높은 2차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공동파업대회를 개최한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공동파업대회에서 "이번 1차 공동파업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진전은 없지만 정부와의 협의가 계속되고 있고 개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도 계속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하여 일단 9월 17일 하루만 진행하는 경고파업의 성격으로, 병원운영과 환자의 안전 등을 고려해 필수유지업무자 등 현장인력을 상당수 유지했다"며 "향후 진행될 2차 파업은 이번 1차 경고파업과는 달리 파업기간도, 파업규모도 훨씬 강력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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