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겨질까봐 안타까워"…친딸에 흉기 휘두른 엄마[사건의 재구성]

남편·친딸, "처벌 원하지 않는다"…법원, 집행유예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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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나오던 10대 A 양을 향해 중년의 여성이 느닷없이 흉기를 휘둘렀다.

놀란 A 양이 오른손으로 칼날을 막아 흉기는 원래 향하던 복부에 닿지 못했다. 손에 상처를 입은 A 양이 화장실을 빠져나와 도망치면서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난데없이 흉기를 휘두른 여성은 다름 아닌 A 양의 친모인 B 씨였다.

지난 13일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송병훈)는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 씨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이행할 것도 함께 명령했다.

A 양은 B 씨의 친딸이지만 함께 살고 있지는 않았다. B 씨는 전남편과 지난 2019년 이혼한 뒤 혼자 살고 있었고 딸은 아빠와 함께 거주했다. 그럼에도 B 씨는 종종 전남편 집을 방문해 딸을 만나곤 했다.

사고 당일에도 딸을 불러낸 B 씨는 약속 시간에 앞서 미리 흉기를 구매한 뒤 약속 장소로 향했다. 살인의 계획을 갖고 딸을 만난 그는 화장실로 유인한 다음 화장실 칸에서 나오는 딸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엄마가 친딸을 살해하려 한 이유는 '딸이 안타깝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B 씨는 평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으나 딸이 혼자 남을 것이 안타까워 먼저 살해하려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우울증으로 자살을 계획하던 중 피해자가 홀로 남겨질 것을 염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나 피고인의 행위는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어떤 이유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다행히 A 양은 손에 자상을 입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다치지 않았다. A 양과 아빠는 법원에 엄마 B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mr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