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도 형벌?…"교정시설 실내 온도 규정 마련해야"
외부보다 기온 높은 교정시설…별도 관리 규정 없어
입법조사처 "수용 이외 추가 고통 용인 안 돼…규정 필요"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올여름 체감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교정시설의 내부 기온이 치솟아 실외보다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수용자들이 자발적 일탈로 자유를 박탈당했을지라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교정시설 내 온도 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전국 55개 교정시설의 내부 온도는 최고 34도를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오후 2시 기준 수용실 온도는 △서울구치소 32.3도 △서울남부구치소 33도 △인천구치소 34도 △안양교도소 34도 △강릉교도소 32도 △부산구치소 31도 △대구교도소 32도 △청주여자교도소 32.1도 △광주교도소 33도 △제주교도소 32도를 나타냈다.
내부 온도가 치솟자 온열질환자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1~10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공주교도소 1명 △광주교도소 1명 △영월교도소 1명 △울산구치소 2명 △천안개방교도소 2명이다.
온열질환은 물론 과거 교도소에서 열사병으로 수용자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2016년 선풍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부산교도소 조사수용방에서는 하루 간격으로 수형자 두 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현재 교정시설에는 혹서기에 대비할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형집행법상 난방시설에 대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냉방시설에 대한 규정은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일 '뜨거운 여름이 형벌이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통해 수형자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 조건을 위해 교정시설의 실내 온도 관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미 입법조사관은 "교정시설을 열악한 환경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대 행형이 추구해야 할 재사회화라는 교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수형자가 법공동체의 노선을 일탈해 스스로 자유 박탈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더라도 자유 박탈 이외에 추가로 비인간적 고통을 부과하는 것을 용인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 2016년 구치소 내 과밀수용 행위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기본권 형성에 있어서 최소한의 필요한 보장조차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다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같은 취지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9년 12월 법무부에 관련 법령에 수용거실의 실내 적정온도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도 지난해 혹서기 대책을 내놓고 온열질환에 취약한 중증 환자를 조기에 선별·관리하고 전국 교정기관 수용동에 음료수 냉장고를 설치해 냉수를 제공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지만 시설 내 폭염 문제는 이어지고 있다.
수용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여건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적인 움직임이라는 게 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수용자 인권을 위해 마련된 국제규범인 '수용자 처우에 관한 유엔최저기준규칙'에는 구금시설 내에서의 생활과 외부생활 간의 차이를 최소화하고 기후에 적합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의복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범죄 혐의가 인정돼 수감 중인 수용자라고 하더라도 인권적 측면에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조사관은 "구금시설의 적정 온도 기준을 확립하는 것은 수형자에 대한 특혜라기보단 365일 개인의 선택으로 벗어날 수 없는 구금환경에서 최소 수준으로 개인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교정시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온도 관리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은 많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무부 내부 지침으로 적정 온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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