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범죄협박글 잡는 AI 개발했지만 수사엔 무용지물…왜?

자동추출 시스템 만들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우려
공개된 글이라도 범죄혐의 조사 목적 수집은 어려워

지난 5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서울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백화점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2025.8.5/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최근 온라인에 폭발물 설치 예고를 하는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범죄예고 글을 자동으로 수집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음에도 수사 현장에서는 이를 사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뉴스1 취재 결과 서울연구원은 지난 6월 23일 '온라인 범죄예고 게시글 대상 AI 분석·신고지원 시스템 구축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간 연구원은 지난 2023년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이 발생한 이후 유사 범죄를 예고하는 온라인 협박글이 연이어 게시되자 협박글을 자동으로 검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추진해 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이 마련한 시스템은 범죄예고와 관련된 키워드를 선별해 이를 바탕으로 웹 스크래핑 방식을 통해 게시물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 예상치 못한 범죄 예고 게시물 탐지를 보완하기 위해 시민 제보 채널도 마련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도 이를 실제 수사업무에 도입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보고서에는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2018년 '인공지능을 활용한 민생범죄 지원 분석사업'을 추진했으나 개인정보 문제로 인해 활용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라며 "경찰청 역시 해당 기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같은 이유로 유사한 시스템을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서울시 민사단은 범죄 혐의가 있는 업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해당 단어가 포함된 SNS 게시글 등을 수집하고 범죄 가능성이 높은 게시물을 다시 추려 인간 수사관에게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을 시도했다. 최근 서울연구원이 마련한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다.

하지만 서울시 민사단의 AI 수사 체계 도입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어 중단됐다. 당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인공지능이 특정 키워드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개인정보가 수집돼 범죄 혐의를 따지는 것은 온라인 게시물의 통상적인 이용 범위를 넘어섰다고 봤다.

이에 개보위 관계자는 "수사나 내사 전에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개인정보를 수집·활용하는 것은 현재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는 것인지는 시스템을 자세히 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개보위에 요청하면 적정성 검사를 통해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AI나 기계를 활용해 전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처리'로 보고 있다"라며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근거를 두거나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공개된 자료라도 범죄 혐의를 두고 처리하는 것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면) 경찰이 국민들의 전체적인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부담스러운 사안"이라며 "경찰 차원에서도 관련한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검토 중인 바는 없다"고 말했다.

pot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