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신발 던지고 커피 뿌려"…李대통령 분노한 이주노동 현실
국회서 이주노동자 실태 보고대회…네팔·방글라데시 노동자 증언
사업장 옮긴다고 하면 "비자 없다"…노동계 "ILO 협약 준수해야"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인근로자 인권침해를 엄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주노동자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실태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주노동자가 직접 참석해 한국인 고용주에게 겪었던 피해를 털어놓았다.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비자(E-9)로 한국에 온 네팔 출신 비샬은 '건강에 이상이 생겨 업무강도가 낮은 다른 사업장으로 가고 싶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고초를 겪었다. 사장은 비샬에게 신발을 던지고, 공장 관리자는 마시던 커피를 뿌리기도 했다.
이후 사장은 3개월 동안 일을 시키지 않았고, 사무실로 찾아오는 비샬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비샬은 "지금 수사를 받고 있어서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비자를 받은 방글라데시 출신 쇼히둘은 지난 2022년 한국에 들어와 일하다 고용 연장을 앞두고, 고용주에게 다른 영업장으로 이동한다는 뜻을 밝혔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해당 고용주 역시 비자를 연장해 줄 수 없다며 "너 나가라", "비자 없다"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사장이 고용연장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계약은 3년이지만, 이후 1년 10개월 연장이나 본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에서 일하는 '재입국특례' 또한 사업주에게 권한이 있다. 이주노동자가 부당행위를 당하더라도 제대로 항의할 수 없는 구조다.
사업장을 변경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법무부 출입국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외국인체류 안내매뉴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기려면 '원 근무처 장의 이적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지난 2023년에는 여기에 더해 '지역제한'까지 추가돼 거주·이전의 자유까지 침해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이양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업주가 절대적인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이주노동자가 무엇을 해볼 도리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체나 노동조합의 조력이 없으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정부는 수십 년 동안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억압해 사업주에게만 유리한 제도를 운영해왔다"며 "이제는 정책을 근본적이고 전면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최근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벽돌 더미에 묶인 채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 퍼졌고,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서 가해자를 폭행·괴롭힘으로 형사 입건했다.
이 영상을 접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약자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힘없고 곤궁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사회의 품격을 보여주는 법"이라며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가 벌어지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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