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의료급여 정률제·본인부담 차등제, 생존권 침해"

복지부 장관에 전면 재검토 의견 표명
"정률제 시행 후 부담금 2만원으로 증가…경제적 부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참여연대와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철회 촉구 결의대회에 한 집회 참석자가 휠체어에 누워 있다. 2024.10.2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의료급여 정률제와 본인부담 차등제가 취약계층의 건강권·의료권·생존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6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달 10일 개최된 제17차 상임위원회에서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및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단 의견을 복지부 장관에게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개정안은 의료급여 수급자가 진료비와 약값에 비례해 돈을 내는 '의료급여 정률제'와, 외래 치료 횟수가 연 365회를 초과하면 본인부담률을 30%로 적용하는 '본인부담 차등제'를 골자로 한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개정안을 지난달 15일까지 입법예고했지만, 시민단체 등의 반대 속에 현재는 입법 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인권위는 정률제 시행 이후 수급권자가 기존 외래진료 1건당 1000~2000원을 부담하던 것에서 최대 2만원까지 본인부담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진료의 횟수가 거듭되고 진료비가 고액일 경우 수급권자의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되고, 이는 소액의 생활비도 아껴야 하는 수급권자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2025년 기준 1인 가구 수급권자 생계급여는 월 76만 5444원이다.

또한 인권위는 외래진료 횟수가 연간 365회 초과 시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하는 개편안이 수급권자의 특성과 건강 상태, 질병의 복합적 성격 등을 간과해 의료기관 이용이 시급한 수급권자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개정안으로 인한 수급권자의 경제적 부담 완화 정책으로 마련되는 본인부담 보상제가 의료비용이 이미 지출된 후에 매월 환급해 주는 사후적 장치란 점도 지적했다. 수급권자에게 본인이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용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고 제때 진료 및 치료를 받아야 할 시기를 놓치게 하는 등 수급권자의 의료 이용 포기로 이어져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과 질환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료 억제를 통한 의료비 절감에 초점을 둔 제도 개정은 국가의 건강권 등 보호 의무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