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뒤 폭염에 '땅 꺼짐' 주의보…"전조 증상 확인해야"
서울 동대문구·중구 지반침하 잇따라…빗물 흡수 영향
전문가들 "지속 탐사 필요…증상 확인하면 적극 신고해야"
- 김형준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내린 이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심을 중심으로 지반 침하(싱크홀) 현상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우가 지하에 작은 구멍들을 만들어 싱크홀을 형성하고 더운 날씨로 아스팔트가 녹으며 싱크홀이 지상으로 표출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싱크홀로 인한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반 탐사를 강화하고 시민들이 전조 증상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지자체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4분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경전철 공사장 인근에서 소규모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규모는 A4 용지보다 작은 수준으로 비교적 작았지만 안전 조치를 위해 1시간가량 도로 통제가 이어지는 등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인근 도로에서 깊이 2m 규모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도로가 통제됐다.
지난 23일에도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사장 인근 도로에서 깊이 2.5m의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인근 건물이 기울고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35명이 인근 숙박시설로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처럼 지반 침하 사고는 강수량이 많고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국토안전관리원이 발간한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9~2023년 발생한 957건의 지반 침하 사고 중 절반을 넘는 509건(53.2%)이 여름철인 6~8월에 발생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비가 많이 오면 땅속에 물이 많이 흐르게 된다"며 "흐르는 물이 모래와 자갈을 끌고 가며 구멍이 생기고, 그 구멍으로 모래 입자들이 아래로 떨어지며 싱크홀이 발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2건의 동대문구 싱크홀 사례처럼 공사장 인근에서 지반 침하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이유도 지하 공사 과정에서 물이 지하로 흡수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결국 싱크홀은 지하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침입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싱크홀이 땅속에 만들어져 있다가 시간을 거쳐 도로 위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도로는 포장을 해서 평소 물이 지하로 잘 안 스며들지만 (비가 오거나 기온이 높으면) 도로가 물렁물렁해져 (지하 싱크홀이 표출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싱크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반 탐사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조원철 교수는 "한 번 싱크홀이 있었던 곳이나 지하철, 상하수도가 지나가는 곳은 지속해서 탐사를 해야 한다"며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활용한 탐사인데 국내에서 사용하는 GPR은 깊이 2m까지밖에 탐사가 안 돼 깊은 곳에 발생하는 싱크홀은 탐지가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전조 증상을 포착하는 것"이라며 "관찰력을 키워 지반 꺼짐으로 물이 고이는 곳 등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지자체 등에)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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