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붕괴 30년에도 계속되는 참사…이윤 앞세우고 책임·안전은 뒷전

[더(The)후]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③반복되는 대형인재
발주자 책임 강화 필요…'저비용'·'속도전' 중시 관행 바꿔야

편집자주 ...우리 주변엔 항상 많은 사건사고들이 발생합니다. 특히 대형 참사나 재난, 충격적인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변화를 이끄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뉴스1은 과거 우리 머릿속에 남아있는 사건사고 당시 상황 등을 돌아보며 그 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 등을 짚어나가겠습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 (서울시사편찬위 제공) 2013.1.27/뉴스1

(서울=뉴스1) 김민수 심서현 기자 =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이후 3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와 유사한 '인재'는 반복되고 있다.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사람'이 잘못한 참사가 계속되고 있다.

참사의 사슬을 끊고자 우리 사회는 조금씩 나아갔지만, 여전히 발걸음은 거북이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해결책은 간단하다. '건설사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효율과 이윤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온다.

여전히 반복되는 '인재'에 의한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10주기와 20주기에 각각 추념 세미나가 진행되는 등 꾸준히 참사의 교훈과 반성해야 할 점 등을 짚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참사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경기도 평택 국제대교 붕괴 사고는 설계부터 시공, 관리가 부실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0월 경기도 용인시 물류센터 옹벽 붕괴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시공사가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명확한 '인재'였다.

지난 2021년 6월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에선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던 학산빌딩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했으며, 8명이 크게 다쳤다.

최근에도 붕괴 사고는 여전하다. 지난 4월 11일에는 '광명 신안산선 공사 현장 도로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 사고는 새벽 시간 발생한 지하터널 내부 중 기둥 균열로 붕괴 우려가 생기자 보강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수사당국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보강공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25일에는 세종포천고속도로 공사 교량 붕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사고는 거더 설치 장비인 '빔런처'를 후방으로 빼내는 '백런칭' 작업 과정에서 벌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진형 런처로 후진을 하다가 구조물인 거더를 건드렸고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는 감정 결과를 경찰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현장에서 소방관 등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5.4.1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책임 강화가 해답

안홍섭 건설안전학회장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30주기 국회 토론회'에서 "삼풍 참사는 구조물 리모델링 과정의 과잉 설계 변경, 책임 회피의 문화, 부실한 제도 집행이 복합적으로 얽힌 재난"이라고 지적하며 "오늘날까지도 책임을 발주자가 아닌 하청 구조의 끝단으로 떠넘기는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1062명 중 81.7%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중 22.7%는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발주자'가 지는 '책임'은 비교적 가볍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향후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선 발주자 중심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가 영국의 CDM(Construction Design Management) 제도다. CDM은 유럽연합(EU)의 '건설업 개별지침'에 따라 지난 1994년 제정됐으며, 2007년과 2015년 두 번 개정됐다. 시공 이전 단계부터 사업의 주요 참여자들에게 안전보건 관리의 역할과 책임을 분담시키는 것이 골자다.

발주자, 시공사, 근로자 등이 재해예방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명시하고 있으며 각 주체는 단계별로 협의할 의무가 있다.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핵심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건설공사에 있어서는 발주자(시행사) 등 권한이 큰 주체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발주,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 전 과정의 모든 주체에게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며 "건설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주체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양재시민의 숲에 위치한 삼풍백화점 참사 위령탑에서 열린 제20주기 삼풍백화점 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헌화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건국이래 최악의 참사라 불리고 있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1995년 6월 29일 발생 했으며 502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 2015.6.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빠른 것이 최선일까…'저비용'·'속도전' 지양해야

삼풍백화점과 같은 건설 참사의 원인으로는 안전보다는 효율을 중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최저가 낙찰제나 공사 기간 단축 등이 건설 현장 안전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최저가 낙찰제는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입찰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되는 제도로, 부실시공의 우려가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공사 기간 단축 또한 예정된 준공일보다 빠르게 공사를 마무리해 공사 기간을 줄이는 것으로, 이 역시 또한 부실 공사를 초래하고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된다.

건설노조의 설문에서 노동자들의 23%는 '적정 공사 기간 무시, 속도전 유발 발주자'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의 원인이었다고 지목했다. 특히 72.4%는 건설 현장에서 속도전을 강요받았고, 비슷한 수치로 건설 현장 공사 기간이 촉박(73.8%)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관행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작업 중지권'이 꼽힌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전 백화점 시설관리 노동자들과 5층 식당 관계자들, 인근 주민들은 위험 징후들을 느껴 제보하거나 문제를 제기했다. 백화점 시설부 회의에서도 대대적인 보수공사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경영진은 이를 묵살했다.

하지만 현재도 작업 중지권을 노동자가 행사하기란 쉽지 않다. 중지권을 행사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손진우 소장은 "삼풍백화점 붕괴 이전에 이미 건물 균열이 발생하는 등 사고를 예견할 수 있는 징후들이 포착됐지만, 영업손실을 우려한 삼풍백화점 경영진은 노동자들과 고객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