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까지 향한 테러 협박…극단적 정치 혐오·폭력 대응 방안은
李대통령 아들 결혼식 테러 협박글 50대 검거…경찰 "분명한 범죄"
극렬 지지·반대자 시위 등 돌발상황 우려…경찰 방비 태세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탄핵 정국과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 혐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인과 심지어 그 가족까지 대상으로 신변 위해 협박을 하는 등 최근 온라인에 표출되는 극단적 폭력 성향이 사회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경찰은 이에 대응해 엄정한 수사를 통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재명 대통령 장남 이동호 씨 결혼식을 겨냥해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테러 협박 글을 게시한 50대 남성 A 씨를 공중협박 혐의로 전날(11일)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실제 실행 의사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은 "실행 의사가 없더라도 협박성 게시글을 올리는 것은 분명한 범죄 행위이며, 경찰은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의 결혼 소식은 사회관계망(SNS)에 모바일 청첩장이 확산되면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14일 예정된 결혼식에는 가족과 가까운 지인 등 소수의 하객만 초대하고 화환도 받지 않는다.
다만 이미 결혼식 일정이 외부에 알려진 만큼 식이 열리는 장소 인근에서 일부 극렬 지지·반대자들의 집회·시위나 돌발 행동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관할 경찰서를 중심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경호·경비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에는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을 담당하는 판사나 재판관에 대한 협박 글로 인해 경찰이 수사하는 사례들도 종종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참여했던 정계선 헌법재판관 자택 주소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됐을 때는 정 재판관 자녀 수를 언급하거나 "가정방문각"이라며 직접 찾아가겠다는 뜻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던 지난달 1일에는 SNS에 "판사들을 사살해야 하나"라는 글이 게시돼 경찰이 작성자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인을 향한 신변 위해 협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가족까지 대상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도 넘은 정치 혐오와 이에 따른 테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경조사를 겨냥했다는 것은 정치 혐오가 '묻지마 범죄'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씨 결혼식 테러 위협 사건에서 피의자 A 씨에게 공중협박 혐의가 적용된 이유도 위협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정인에 대한 협박은 형법상 협박죄로 처벌되지만 지난 3월 18일부터 공포·시행된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 적용된다.
공중협박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할 수 있고 상습범은 2분의 1까지 형을 가중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법 시행 두 달 간 공중협박죄를 적용해 검거한 사례는 총 18명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중협박죄에 대해 향후 엄벌 사례가 이어진다면 온라인에서 무차별적 폭력 조장글에 대한 자정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혜미 법률사무소 오페스 대표 변호사는 "공중협박죄는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해 이전에는 경범죄 등으로만 처벌했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며 "공중에 대한 위험 가능성을 발생시킨 사람들을 더 강하게 처벌할 수 있게 해서 유사한 협박 글에 대한 정화 작용 등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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