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구심점' 전광훈에 엇갈린 개신교계…"부끄럽다", "동성애 막은 분"
2007년부터 거리 정치 시작해 창당까지…"하나님 까불면 죽어" 발언 논란
한교총 "기독교는 좌우 치우치면 안 돼"…"사이비는 아냐"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극우 세력의 구심점에 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향한 개신교계 내부 시선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발언이 과격하긴 하지만 교리상 이단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 한편 과거 신성모독성 발언과 최근의 정치적 행보가 정통 개신교와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맞선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등 일부 개신교계 단체는 전 목사와 선을 그으며 "개신교 전체의 주장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고 있다.
4일 종교계에 따르면 전 목사는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꾸준히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던 인물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보수단체와 손잡고 거리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무렵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핵 관련 보수 집회 전면에 나선 전 목사는 소위 '이승만 국부론'을 주된 사상으로 설파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침없는 발언으로 극우 세력 결집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도마 위에 오른 적도 많았다. 2007년 대선 전 한 집회에서 "무조건 이명박을 찍으라"는 발언을 해 개신교계 안팎에서 비판이 일었다.
전 목사는 열성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국회 진출을 위한 정당까지 만들었다. 특히 정통 개신교계에서도 반대가 심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등의 이슈를 선점한 뒤 여러 대형교회와 연합해 서명운동을 벌이며 세력을 키웠다.
종교인이라도 정당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의 신성모독성 발언이었다. 전 목사는 문재인 정권 시절이던 지난 2019년 한 집회에서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는 발언을 해 개신교계에선 그에 대한 '이단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 때는 정부 방침을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강행해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각종 과격 발언으로 경찰이 전 목사를 수사하는 전담팀까지 꾸려 소환조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에 대한 개신교계 내부 시선은 엇갈린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인 경기 수원의 한 대형 교회에서 장로를 맡고 있는 안 모 씨(45)는 "규모가 큰 교회들은 동성애 합법화 법안 발의 움직임이 보이면 연대해서 집회를 여는 게 관례"라며 "전 목사 역할이 작지 않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 목사 주최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는 개신교인 김 모 씨(32)는 "표현이 지나치지만 교리상 사이비는 아니다"라며 "뭐라 욕할 수는 없지만 표현이나 소통하는 방법을 좀 더 지혜롭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종교가 정치에 물들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인천의 한 교회에서 선교사로 일하는 A 씨는 "교인들이 교회에 오는 것은 정치 얘기가 아니라 성경 말씀을 듣기 위해서다"라면서 "동성애에 반대한다면 딱 거기까지만 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빨갱이' 이런 소리를 하니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개신교인 신 모 씨도 "목사가 '내란선동'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뉴스를 보고 정말 민망했다"며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는 개신교인을 자신의 명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문제 삼았다.
한교총 등 일부 개신교계 단체들은 전 목사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김종혁 한교총 대표회장은 전 목사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기독교 신앙은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정도"라며 "한쪽으로 치우치면 다른 한쪽의 분들께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역시 지난달 20일 성명에서 "소위 목사라는 전광훈이 가짜뉴스에 근거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며 "소요와 난동의 배후 노릇을 함으로 한국 기독교를 부끄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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