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피해 미등록 외국인 통보 면제" 인권위 권고, 법무부 불수용

방어권 보호 위해 지난해 5월 시행규칙 개정 권고
법무부 "금전적 채권·채무에 불과…강제퇴거 집행 유보 가능"

국가인권위원회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미등록 외국인에 대해 통보 의무를 면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법무부가 불수용했다.

21일 인권위는 지난해 5월 법무부에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미등록 외국인의 방어권 보호를 위해 통보 의무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통보 의무 면제란 미등록 외국인이 범죄 피해를 입고도 강제 퇴거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 불법 체류 사실이 드러나도 출입국외국인청에 신상정보를 통보할 의무를 면제하는 제도다.

인권위 권고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11일 "임금체불은 금전적 채권·채무에 불과해 인권 침해 또는 범죄 피해자 구제가 필요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고 봐야 하므로 권고 내용은 통보의무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법무부는 또 "임금체불 외국인이 단속 등으로 신병이 확보되는 경우, 강제퇴거 집행을 유보함으로써 소송·진정 등을 통해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고, 진정 절차 진행이 어려운 경우 보호 일시 해제 제도를 통해 권리구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 "사업주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체불임금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구제 절차 진행 중 경찰에 신고하거나 임금 지급을 요구하면 경찰 또는 출입국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하는 사례가 있다"며 "실제로 (통보 의무 면제 대상이 아니라서) 피해자가 구제 절차에 접근하거나 구제 절차를 원활히 진행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가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판단, 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고 보아 해당 내용을 공표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