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자 없으니 '신고' 안해도 불법 아니다?…'게릴라' 집회 골머리

유튜브 통해 장소·시간 지정 '기습 집회' 양상
집시법 위반 명백 "초기 해산으로 사고 막아야"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후 집회 양상이 바뀌고 있다. 보수단체가 한남동 등 특정 장소를 사전에 신고하고 정해진 시각에 대규모로 열리던 집회가 최근 서울 곳곳에서 명확한 주최자 없이 기습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시위대는 "주최자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있는 게 왜 불법이냐"고 맞서며 경찰 통제에 불응하고 있다. 일각에선 신고 의무와 금지 장소 위반 등 불법임이 명확한 만큼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흘 전부터 모여든 시위대 "주최자 없으니 불법 아냐" 버티다 법원 난입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새벽 '법원 난입 사태'가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앞에 시위대가 모여들기 시작한 건 사흘 전인 16일 오후 2시쯤이다.

이날 서부지법 인근에 신고된 보수집회는 오전 국민희망시대 주최로 신고된 집회뿐이었지만 현장엔 단체 관계자가 없었고 확성기를 들고 집회를 주도하던 남성은 자신은 개인 자격으로 온 참여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불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오후 5시까지 해산하라고 통보했지만 시위대 150여 명은 이날 밤까지 서부지법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20대 남성이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이후 17일과 18일에도 서부지법 앞에선 이런 미신고 집회가 연달아 열렸고 이들은 경찰 통제에 불응하다 결국 19일 '법원 난입 사태'가 터졌다.

이 같은 미신고 집회는 최근 헌법재판소로 번지고 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 지지자 150여명은 서부지법 앞에서 헌법재판소로 행진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자진 해산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진하다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3명이 현행범 체포됐다.

유튜브에서 "모여라" 기습 시위…경찰 "사실상 불법 집회"

최근 잇따르는 집회는 명확한 주최자가 없는 게 특징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6조에 따르면 집회를 열기 위해선 48시간 전까지 관할경찰서에 주최자 신원과 연락처 등을 신고해야 한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특정 극우 유튜버의 "서부지법으로 가야 한다"는 공지 등을 공유하며 기습적으로 집회를 열고 있다. "주최자 없이 개인들이 모인 것"이라며 불법 집회가 아니라고 항의하는 이유다.

경찰은 사실상 집회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최자가 없다고 집회가 아닌 게 아니라 합법과 불법을 가르는 기준일 뿐"이라며 "2명 이상이 모여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 의사를 표현하면 집회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회 금지 장소 규정도 어겼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서 "사실상 법원 업무를 방해하는 수준으로 집회가 열리고 있다"며 거듭 경고 방송을 했다. 집시법 11조에 따르면 법원 100m 이내 장소에서는 1인 시위를 제외한 집회가 금지돼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경찰은 헌법재판소로 이어지는 길목에 차벽을 설치해 헌재 접근을 차단했다. 2025.1.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게 일시와 장소를 전파해 모인 군중이 '혼자 왔으니 집회가 아니다'라며 항의하는 건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이 집회 규모가 커지기 전 적극적으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 교수는 "법 위반이 확인되면 곧바로 해산 조치 등을 집행해야 하는데 최근 다소 관대하게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불특정 다수인 '군중'에 대한 정의를 집시법에 구체화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일선서 정보관은 "위법 행위라며 경고해도 '계속하겠다'며 현장에서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어쩌겠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계속 설득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