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물가'에 외식·배달 손절 시작한 2030…"그래도 이건 늘렸다"

고물가 장기화에 "아낄 건 아낀다"…배달거래액 '첫 감소' 눈길
여행·숙박지출 급증↑…청년들 "유일하게 소비 효용 느껴"

고물가에 외식 품목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5월 가정의 달을 앞두고 외식비 부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8일 업계와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과 김치찌개, 자장면 등 8개 품목 가격이 전년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2024.4.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돈을 벌어도 밥값으로 다 나가다 보니 허무하고 이렇게 하다간 돈도 못 모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돈을 많이 못 모을 바엔 차라리 연말에 여행이나 다녀와야겠다 싶어 식비부터 제일 먼저 줄이기 시작했죠"

올해 초 잠시 휴학하고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진 모 씨(23·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외식을 하며 월 25만 원가량 지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월 10만 원으로 대폭 줄였다. 외식비를 줄인 대신 '여행 적금'을 하나 새로 만들어 매달 15만 원씩 저축을 시작했다.

진 씨처럼 외식비를 줄이는 대신 여행과 공연 등 자신에게 가장 큰 만족도를 주는 소비에 집중하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이른바 소비의 선택과 집중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2030 청년 세대가 치솟는 물가에 외식과 배달부터 줄이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으로 먹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려면 비용이 수직 상승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라리 먹는 비용을 줄여 더 큰 즐거움을 주는 데 소비를 집중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서비스(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1600억 원 감소했다. 이 금액이 줄어든 것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다.

반면 수십만 원짜리 공연 티켓은 매진되기 일쑤다. 또 여행·숙박 지출은 2030 세대가 비중이 제일 컸다. 실제로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에 따르면 2030세대 올해 1, 2월 여행 지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로 급증했다.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지난달부터 배달앱을 삭제하고 회사 구내식당이나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한다는 사회초년생 문 모 씨(29·남)는 "먹고살자고 돈 버는 건데 매 끼니 절약하려니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긴 하지만 가격에 비해 양도 적고 식사 만족도가 낮다 보니 그냥 가성비 있게 먹는다"고 토로했다.

문 씨는 대신 자신의 취미인 '운동화 모으기'에는 지출을 늘렸다. 문 씨는 "월급에 비해 물가도 너무 오르고 있어서 내 집 마련은 물론 더 지출을 막기 위해 사고 싶었던 자동차 구매까지 당연히 포기했다"며 "유일하게 소비의 효용을 느낄 수 있는 게 취미생활뿐이기도 하고 한정판 운동화들은 나중에 다시 팔면 더 큰 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으로 얇아진 주머니로 최대한 비용을 아끼면서 자신만의 개성은 추구하려는 젊은 세대만의 새로운 지출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물질의 소유, 유형의 재화 등에 관심을 갖고 자신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데 방점을 두곤 했다"면서 "반면 젊은 세대들은 '어차피 집 마련 못할 텐데, 애도 안 낳을 건데' 생각에 미래보단 지금 당장 나 자신을 위한 소비, 유무형의 체험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이어 "다른 세대와 비교해 인정 욕구도 어느 정도 있다 보니 남들이 다 하는 일상적인 것에 돈을 쓰기보단 아낄 건 아끼되 여행·투자 등 자신이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며 독특한 경험을 추구하는 가치 소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mmun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