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어떻게 단속하나"…잇단 경찰 비위에 지휘관은 '골머리' 앓아
'의무 위반 근절 특별 경보' 기간…현장선 "이러지도 못하니 난감"
"직업의식은 별개…'절대 비위 안된다' 메시지 주는 방안도 필요"
- 서상혁 기자,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홍유진 기자 = "의무 위반 단속이요? 처신을 똑바로 하라고 말하려 해도, 사생활의 영역이라는 게 있잖아요. 관리자 입장에서 어느 정도까지 강조해야 할지 참 어렵습니다."
만취해 주먹다짐하는 등 경찰 내부에서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서장을 비롯한 지휘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는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품위 유지를 마냥 강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듭된 논란에 일부 경찰서에선 자체 캠페인 등 자구책을 짜내는 모습이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달 11일까지를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 기간으로 두고 경찰 내부의 각종 비위 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이에 더해 서울경찰청도 지난달부터 관내 경찰에 "과도한 음주를 자제해달라"는 지시와 함께 주기적으로 의무 위반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현장과 화상회의를 열고 있다.
지난달 서울청 기동단 소속 경위가 술에 취한 채 시민을 폭행하는 등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경찰 지휘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사생활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모 일선 경찰관은 "품위 유지를 강조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그러다 보면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텐데 과연 거기까지 상급자가 개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리자급 경찰관은 "'술 마시고 사고 치면 안 된다'고 말할 경우 수는 있어도 받아들이는 쪽에선 자신을 '잠재적 의무 위반자'로 생각한다면 더 반발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국가공무원법 제63조엔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공무원이라면 사생활에서도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모 일선 경찰서장은 "공무원이 일반 시민보다 더 높은 품위 유지 의무를 부과받는 건 알고 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서 직원들에게 사생활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강조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지난달 강북경찰서는 소속 경찰관의 비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생활 면담을 추진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등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경찰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품의 유지 의무를 강조하는 등 대책을 짜내는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품의 유지 의무와 관련된 문구를 담은 휴대전화 배경화면 등을 배포하고, 경찰서장 산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자체적으로 의무 위반 근절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생활에 대한 존중'과 직업의식은 별개"라는 주장도 있다. 시대는 변했지만 공직자로서의 직무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위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 강력한 메시지가 최고의 예방이라고 강조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지금까지는 경찰이 내부 비위 행위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는데, 앞으로는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다른 경찰관이 비행을 저지르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은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라는 점에서 업무에 대한 도덕성이 더 요구된다"며 "조직 차원에서 '절대 비위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는 등 조직문화를 정립하는 차원에서의 대응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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