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밤샘 물폭탄'에 서대문구 축대 '와르르'…"천둥치는 줄"
주택 벽면·골목 계단 덮쳐…"복구 마무리"
고압선에 가로수 쓰러져 5시간 넘게 정전
- 이비슬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문혜원 기자 = "깜짝 놀랐죠. 천둥이 치는 줄 알았다니까."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주택가에서 만난 임모씨(74)는 전날 내린 비에 무너진 도로 축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18년째 이곳에 살았던 임씨는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비가 와서 다 망가졌다"며 "계단이 무너지면 우리 집도 무너진다"고 했다.
전날 오후 6시35분쯤 연희동의 홍제천 인근 3.5m 높이 도로 축대 벽면이 무너지면서 인근 20가구 주민 46명이 긴급대피했다.
이날 찾은 현장은 축대가 무너진 도로 아래 누런 흙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다. 토사와 돌덩이는 주택가 벽면과 좁은 골목 계단으로 쏟아져 내렸다. 전날 밤 급히 대피한 주민들이 생필품을 챙기러 오가느라 분주했다.
서대문구청은 전날 저녁부터 인근 숙박업소 5곳에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벽면에 방수포를 덧씌워 임시 조치했다.
이날 오전 8시쯤부터는 무너져 내린 축대를 복구하는 작업이 시작돼 오후 6시쯤 마무리됐다. 대피한 주민들은 이날 늦은 오후부터 귀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전부터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현장은 포클레인이 퍼 나른 흙을 무너진 축대에 채우는 작업이 진행됐다.
홍제천 인근에 6년째 거주 중인 이문천씨(61)는 "어젯밤에도 걱정돼서 내려와 봤다"며 "동네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빗물이 샌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축대가 붕괴된 주택가 일대는 재개발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주택가 대부분 공실 상태였으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복구 작업을 바라보던 인근 주민 A씨는 "과거에 비가 내렸을 때도 인근 축대가 무너진 적이 있다"며 "재개발구역이라 무너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재개발을 진행하며 정리할 예정이지만 그동안 사용해야 하는 곳은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0시1분쯤에는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인근에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져 고압선이 끊어졌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 사고로 773호가 정전됐다가 오전 5시30분쯤 완전히 복구됐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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