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집회·시위 현장 중계하는 개인방송, 이대로 괜찮나

(서울=뉴스1) 성남중원경찰서 경비작전계 경장 김희승 = 최근 유튜브와 같은 개인 방송 플랫폼의 발달로 집회·시위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주로 언론이 현장 취재, 보도의 기능을 담당했다면 이제는 개인도 실시간 생방송을 통해 현장 중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개인 방송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집회를 개최하는 본래 의미와는 무관하게 일부러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독자 수를 늘리거나 후원금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집회·시위의 내용을 널리 알리고 공감을 끌어내는 것보다 후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집회·시위 콘텐츠'를 찾아다니고 있다.
가까운 예로 아동성범죄를 저질러 사회적으로 비난 받던 한 범죄자가 출소할 당시 이를 반대하는 시위 현장에서 일부 개인 방송인들이 차에 올라타고 문을 걷어차는 등 명백한 위법행위를 의도적으로 방송하였고, 이를 본 시청자들은 환호하고 호응하며 후원했었다.
물론 극악무도한 범죄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를 대신 표출해주는 이런 행위들이 마치 '다크히어로' 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해줄지 몰라도,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이다. 감정적으로는 강력하게 응징하고 싶더라도, 우리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순간 똑같은 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개인 방송이 사회적 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대표적으로 '젠더 갈등' 집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서 남녀간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리서치에서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웹조사방식으로 '집단별 갈등 인식' 조사를 하였는데, 18~29세 89%, 30대의 85%가 남녀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40대 74%, 50대 57%, 60세 이상 63%와 비교해 높은 수치이다.
이런 갈등으로 '워마드' '신남성연대'와 같은 단체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집회를 개최하면 찬성하든 반대하든 많은 개인 방송인들이 현장을 중계하기 위해 모여든다.
집회 현장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방송을 시청하며 실시간 채팅, 댓글을 통해 온갖 혐오적인 표현들을 쏟아내고 개인 방송인들은 그런 표현을 말로써 뱉어내며 갈등을 부추긴다.
이런 개인 방송을 보고 있으면 사소한 문제도 매우 심각하게 얘기하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들에서 갑작스레 혐오 감정들이 생겨나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집회의 본질이 갈등을 표출하고 다투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여론을 형성하여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한 것이다. 이런 방송들은 오로지 혐오와 분노를 키워내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 제 21조 1항(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에 의해 보호받는 모든 국민의 기본 권리이다. 집회 때 발생하는 소음, 교통방해와 같은 불편도 위법하지만 않다면 다른 국민들이 감수하도록 한 것은 그만큼 개인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우리가 이런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집회의 목적은 집단적 의사표시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합의를 도출해내기 위한 방법이다.
이런 본질을 도외시하고 자극적인 방송으로 당장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것에만 집중한다면, 집회·시위의 원래 목적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사고 올바른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정당한 권리로서의 집회·시위의 의미,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 번쯤 경청하고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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