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청장 "'척결 1호' 보이스피싱…거대조직 겨냥 위장수사 도입 검토"
[인터뷰]심부름꾼 아닌 '윗선' 잡아야…법 제정 필요
"악성사기범 '조폭'처럼 관리, 신상공개도 추진"
- 이승환 기자,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김성식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54·경찰대 7기)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척결 대상 1호로 규정하고 '범죄와의 전쟁 수준'으로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허용된 위장수사를 보이스피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청장은 보이스피싱 사범 등 악성사기범들의 상습적인 범죄를 막기 위해 조직폭력배(조폭)처럼 그들을 관리하고 신상까지 공개하는 방안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윤 청장은 지난 25일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장 접견실에서 진행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법적 검토를 더 해야겠지만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해 현금 전달책을 하면서 윗선으로 다가가는 위장수사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거대조직 위장수사"…보이스피싱 '뿌리' 조준
윤 청장은 "선량한 피해자들이 맞닥뜨리는 현금 전달책이나 심부름꾼들은 사실 수당 20만~30만원 받는 사람들이고 반드시 소탕해야 할 범죄자들은 (총책 등) '윗선'"이라며 "위장수사 확대 얘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그 윗선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거대 조직에 들어가 위장수사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더 논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청장이 검토하는 방안은 영화 신세계의 주인공 '이정재'처럼 직접 '오프라인' 조직에 잠입해 윗선의 범죄까지 파고드는 방식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텔레그램 등 온라인상 위장수사만 허용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위장수사는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이달 초 디지털다중피해사기 특례법이 대표 발의된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지낸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위장 또는 신분 비공개 상태에서 보이스피싱 등 신종사기 대상 위장수사를 허용하되 과잉 수사 방지 차원에서 분기별로 관련 현황을 국회에 보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당에서도 보이스피싱 등의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이번주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는 여야의 이 같은 움직임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점조직 형태로 확장하는 보이스피싱의 뿌리를 뽑으려면 위장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조폭처럼 관리하고 신상공개 필요도 있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피해금액이 3068억원으로 하루 평균 25억원에 이른다. 이에 경찰청은 10월까지로 예정했던 보이스피싱 단속 기간을 12월까지 연장해 연중 단속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윤 청장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액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며 "마약은 마약대로, 악성사기는 악성사기대로 위장수사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도입할지를 시작점에서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서 조폭들을 관리하듯 상습 보이스피싱 범죄자 등 악성사기꾼들을 관리해야 하고 그러려면 법 제정을 해야 하는데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며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니 사기 행각을 더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상습 보이스피싱 등으로 부당 이득을 취한 범죄자의 신상공개 방안엔 "예방효과와 처벌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관련 법률(다중사기범죄피해방지법 제정안)도 발의된 만큼 저희도 신속히 논의를 진행해 근거 규정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상공개 관련 법률이 내년 하반기 입법화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이스피싱' 엄단은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지난 6월 경찰청과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도 출범했다"며 "보이스피싱은 악성사기 중에서도 척결 대상 1호"라고 힘줘 말했다.
경찰은 유엔과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 국제기구에 파견하는 경찰관 인원을 늘리며 국제 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공안과도 손잡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A씨(44)를 검거해 24일 국내로 송환했다. 경찰이 올해 중국·필리핀 수사당국과 공조해 현지에서 붙잡은 조직 총책 6명 가운데 국내 송환이 이뤄진 첫 사례다.
◇여론 전환·조직 장악 '두 마리 토끼' 잡기?
윤 청장이 취임 첫날인 10일 '국민 체감 약속'으로 제시한 척결 대상 악성 사기 7대 범죄에도 당연히 보이스피싱이 포함됐다. 이날 윤 청장은 취임식을 생략한 채 강남경찰서 수사관 등 현장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악성사기를 '경제적 살인'이라고 호명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7대 악성사기는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전세사기 △가상자산 유사수신사기 △사이버사기 △보험사기 △투자·영업·거래 등 기타 조직적 사기 △5억원 이상 다액 피해사기 등이다.
전임 청장들이 '예방적 범죄 활동' 등 거시적 슬로건을 내세운 것과 달리 윤 청장의 '악성사기 척결' 슬로건은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국 논란으로 악화한 여론을 전환하고 경찰 치안 총수의 존재감을 드러내 조직 장악을 강화하는 '두마리 토끼 잡기'라는 분석도 많다.
윤 청장은 "(지난 8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의 준비기간이 비교적 길어 어떤 슬로건을 제시할지 숙의할 시간이 충분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은 경찰국 등 몇 가지로 제한됐고 저 개인과 관련해선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취임 첫날부터 무엇을 할지 계속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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