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 못 알아들어? 자를까"…입주민들은 왕이었다
'인권사각' 아파트 경비원·미화원, 폭언·폭행에 매일이 살얼음판
고령자 많아 근기법 위반 신고 어려워…갑질 처벌조항 명시해야
- 서혜림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주민의 갑질에 못이긴 경비원 최희석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대다수의 아파트 경비원들과 미화원, 가전기사들이 평소 입주민들에게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14일 직장갑질119가 낸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주민들을 돕는 경비원과 미화원, 가전기사들은 아파트 주민의 악성 민원전화에 시달리며 입주자대표에게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를 당하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파트 감단직 A씨는 "입주민의 민원 억지와 협박이 야간에도 계속되고 있고 정신적 고통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사람들은 '아저씨 왜 말귀를 못 알아듣냐, 왜 이렇게 답답하냐, 입주민 카페에 올릴 거다'라며 나를 협박한다"고 하소연했다.
아파트 미화원으로 일하는 중년여성 B씨는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꾸지람을 받고 해고까지 종용당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주민이 일부러 모래를 쏟고 음식물 쓰레기를 아파트에 뿌려놨다고 내일부터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를 빽빽 질렀다"며 갑질을 호소했다.
또한 고용조건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맞는지 여부를 확인했다가 욕만 들은 사례도 있다. 한 아파트대표회장은 직원들을 불러놓고 '내가 왕이다''내가 나가라고 하면 언제든 쫓아낼 수 있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또한 실제 입사일과 4대 보험 취득 신고일이 다른 문제를 제기하자 "X발 고소할테면 하고 나가"라며 직원들은 해고당했다.
할 필요가 없는 일을 억지로 하기도 했다. 시설기사 파견계약직 형태로 일하는 C씨는 "관리소장이 개인적인 업무, 차청소랑 흠집 제거, 은행 출금을 시킨다"며 "회식을 강요하고 회식비를 직원들에게 내라고 한다"며 노동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말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과 미화원은 고령자가 많아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을 때 인터넷으로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도 드물었다.
직장갑질119는 폭행가해 주민의 책임을 물어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청와대는 LH공사,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지은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 미화, 가전기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주민갑질과 소장갑질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입주자가 경비원 등에게 부당한 지시를 하면 안된다는 조항은 있지만 처벌 조항은 없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을) 직접고용하든지, 용역업체와 공동으로 사용자 책임을 지든지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해야 한다"며 "사용자로 명시하면 감정노동자 보호법에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밝혔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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