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이후 늘어난 실종신고…"전담팀 예산·인력 확충 필요"
"1시간 연락두절도 신고"…격무 호소하는 경찰
경찰청 관계자 "모든 경찰서가 실종수사팀 운영"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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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어느 날 오후 11시40분쯤 다급하게 통화하며 A경찰서 문을 나섰던 실종팀 수사관이 5분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돌아왔다. 말다툼을 하고 나간 중학생 딸이 돌아오지 않는다며 실종신고한 어머니가 딸이 귀가했다고 연락한 것이다. 이 수사관은 친구들을 통한 여중생의 소재 파악에 실패하고 수색을 위해 출동하던 찰나였다.
# 12월의 어느 주말 B경찰서 실종수사전담팀(실종팀)의 한 수사관은 당직을 서는 24시간 동안 12건의 실종신고를 수사했다. 치매노인과 자살이 의심되는 20대 여성의 소재확인 등 2시간에 1건꼴이었다. 실종사건이 접수되면 수사관은 △현장출동 후 신고자 면담 △휴대전화 위치값에 기초한 주변수색 △친구 등 관련자 탐문 △주변 공용 미 사설 CCTV 수사 등의 과정을 밟는다. 짧은 휴게 시간조차 가지기 어렵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0월 '실종수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해 서울 31개 경찰서에 모두 실종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에서 드러난 실종수사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개선방안 발표 전까지 8개 경찰서에 설치됐던 실종팀은 현재 2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영학 사건은 실제 실종 접수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영학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10월 1967건의 실종·가출이 접수됐다. 2017년 월별 통계 중 가장 많은 건수였다. 통상 날씨가 추워지며 접수건수가 낮아지는 11월과 12월도 18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일선에서는 과다한 업무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 가출과 치매노인의 소재확인뿐 아니라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연락두절로 신고가 접수되는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C경찰서의 수사관은 "실종자 중 99%가 술집이나 모텔에서 발견된다"며 "만취한 실종자에게 '여긴 왜 왔냐'는 타박을 듣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D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여청팀)의 수사관은 부족한 인력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수사관은 "(윗선에서) 우리 인력을 줄이려다가 이영학 사건 이후에야 충원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여청팀은 실종팀이 생기기 전까지 학교·성·가정폭력과 실종을 함께 수사했다. 지금도 야간 실종자 수색에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E경찰서 실종팀의 수사관은 "1시간만 연락이 안 돼도 신고가 들어온다"며 "이영학 사건 이후 접수건수가 늘어 인력이 1명 늘었어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일선의 반응은 대형 사건과 정부 정책을 따라 움직이는 경찰의 구조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본래 실종팀은 박근혜 정부가 2015년 여성청소년과를 신설하기 전까지 형사과 소속으로 존재했다. 2007년 안양에서 실종된 두 초등학생이 크리스마스에 살해된 채 발견된 후 경찰청이 2008년 4월 발표한 실종사건 종합수사 대책의 결과였다. 2013년 12월 기준 실종팀은 267개 팀 1048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경찰청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내건 '4대악 척결'에 호응해 여성청소년과(여청과)를 신설하고 여청팀이 학교·성·가정폭력과 실종 사건을 통합 수사하도록 했다. 개편안을 마련하고 4개월 만에 출범한 여청과는 출범 당시부터 각 사건의 특성을 고려한 수사가 어렵고 인력과 예산도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는 기우에 그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종사건들을 분석하고 현장여론을 수렴한 결과 "지난해 11월 각 경찰서에 실종팀을 운영하라는 권고안을 내려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종팀 운영을 강행할 경우 부작용을 우려해 권고에 그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경찰서는 자체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조정해 실종팀을 설치했다. 지난해 일부 경찰서는 파출소와 여청수사팀 등에서 인력을 차출해 실종팀을 조직했다.
한편 경찰청은 인력과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모든 경찰서에서 실종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모든 경찰서에 실종팀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성폭력 사건과 병행할 경우 실종수사에 소홀할 수 있기에 실종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ju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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