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벤틀리네"…'고의사고' 알아채 수천만원 뜯은 택시기사

차 주인은 부부사이, 아내가 남편 외도 의심해 홧김에 '쾅' 함께 입건
아내 0.115% 만취 상태…경찰 "고의사고 이용 거액 합의금 요구 엄벌"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고급 외제차인 벤틀리와 페라리의 추돌사고가 고의임을 알고 운전자들을 협박해 수 천만원을 뜯은 택시기사와 고의로 사고를 낸 벤틀리 운전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공갈 혐의로 택시기사 김모(4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폭행과 음주운전 혐의로 벤틀리 운전자 이모(28·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기사 김씨는 두 외제차의 주인이 부부사이임을 눈치채고 페라리 운전자인 남편 박모(37)씨에게 '(아내가) 살인미수'라고 협박해 합의금과 수리비 명목으로 총 27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벤틀리 운전자인 아내 이씨는 혈중알콜농도 0.115%의 만취 상태로 차를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페라리 차량을 뒤에서 고의로 들이받은 혐의다.

앞서 6월13일 새벽 4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페라리를 벤틀리가 들이받았고, 페라리는 이 충격으로 앞에 대기 중이던 택시와 추돌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남편 박씨의 외도를 의심하다 술을 마시고 차를 몰던 중 사고 현장에 신호대기 중이던 남편의 차량을 발견하고 홧김에 그대로 들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사고 당시 경찰 조사에서 고의로 사고를 낸 점을 극구 부인했지만, 경찰이 고가의 자동차 두 대가 사고 난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를 계속하자 결국 '고의사고'임을 인정했다.

경찰은 사고 전날 저녁부터 남편과 함께 있었다는 이씨의 주장과 달리 밖에 나간 남편의 휴대전화가 꺼져 이를 의심하고 뒤를 밟았다는 진술을 이씨에게 받아냈다.

특히 이씨의 휴대전화 속에 남겨진 문자메시지가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경찰은 남편 박씨의 휴대전화가 꺼져있는 동안 아내 이씨가 '어디있느냐' 등의 문자를 보냈고, 꺼진 박씨의 휴대전화로부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답장'이 왔다고 전했다.

그러다 새벽 3시50분쯤 강남구 일대를 운전 중이던 이씨가 박씨의 휴대전화가 켜졌다는 문자를 받고 남편을 찾다 발견한 뒤 홧김에 그대로 들이받았다.

택시기사 김씨는 사고가 난 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부부사이임을 알아챈 뒤, 이를 악용해 남편 박씨를 협박했다.

합의금으로 2000만원을 사고 당일 받은 김씨는 이후 수리비와 병원비 명목으로 700만원을 더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사고 발생 시 보험혜택을 받기 어렵고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악용해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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