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제자 없는 스승의 날…단원고 '침통'
공식 행사 없이 정상수업…과목별 교사 10명 지원돼
치유교육 이어가며 정상화 수순…시험 등 학사일정 조정
- 류보람 기자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스승의 날을 맞은 15일 오전, 세월호 침몰 사고로 200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들을 잃은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앞은 그저 조용할 뿐이었다.
카네이션을 들고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걸어가는 학생들도, 각종 행사가 있는 날이면 으레 학교 앞에 모여 '반짝 특수'를 노리는 행상인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교문에는 축하의 현수막 대신 여느때와 같이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현수막들만이 나부끼고 있었다.
스승에게 직접 전해졌어야 할 메시지들은 학교 담장에 놓인 추모글 메모판에 적혀 있었다. 인근 주민이나 추모를 위해 학교를 찾은 이들이 대신 글귀를 읽으며 한숨을 쉬었다.
'세린, 승정'이라고 이름을 적은 두 학생은 2학년 7반 고 이지혜 교사에게 "저희의 스승이 되어 주셔서 감사한다"며 "은혜에 보답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교사는 실종 18일째인 지난 3일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안산시에서 나왔다는 자원봉사자 2명은 입구를 서성이며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때가 때라 그런지 손에 꽃을 들고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도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씁쓸해했다.
꽃을 들고 은사를 찾은 졸업생도 있었지만 재학시절 가르침을 받았던 선생님들을 만나고는 이내 돌아갔다.
그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학교에 왔지만 조용히 선생님들만 뵙고 나왔다"며 끝내 말을 아꼈다.
이날 단원고는 학생회 임원들이 카네이션 꽃과 간단한 음료수를 선생님들에게 전달한 것 외에 일체의 공식적인 스승의 날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한 단원고 교사는 "기념행사 자체가 이뤄질 거라는 생각도 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 교사는 "많은 이들이 희생됐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학생과 교사들도 남아 있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날 단원고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서로 감사와 사랑을 표하는 행사 대신 조용한 분위기에서 정상수업이 진행됐다.
실종자 가족 1명, 사고 관련 질병치료 2명 등 사유로 결석한 15명을 제외하고 1학년 423명, 3학년 505명 등 928명의 학생이 출석해 수업을 받았다.
수학여행에 참가하지 않은 2학년 학생 13명과 참가학생 중 학부모와 심리상담사, 학교 측 등의 논의를 거쳐 정상수업에 복귀해도 무방하다는 판단을 받은 2명도 등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4일부터 단원고에 국어와 미술, 수학 등 8개 교과 10명의 교사를 지원해 수업과 학사운영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 회복지원단 8명, 콜센터 업무담당 1명, 학생정신건강센터지원 인력 10~15명 등을 파견해 학교 정상화와 구성원들의 심리치유를 돕고 있다.
도교육청은 세월호에서 구조된 2학년 학생 69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치유프로그램과 상담교육을 계속하면서 학사일정을 조정하는 등 남은 학생들을 위한 학교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시험과 방학 일정을 조정하고 법으로 규정된 연간 수업일수를 차질 없이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pade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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