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 방한 첫날, 도심 '긴장'

"상중에 잇속 챙기러 오나" 방한 반대 집회 이어져
당국, 병력 대거 배치…시민들 "예의 지키다 갔으면"

시국대회위원회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쌀 시장 전면 개방과 TPP를 강요, 일본군국주의 무장화 추동-오바마 대통령 방한을 반대한다'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이날 참가자들은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첫날인 25일 방문이 예정된 경복궁과 청와대 등이 위치한 종로 일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소에도 경찰이 상주하는 청와대와 삼청동 주변은 물론 경복궁과 광화문, 종로 주변 지역에는 경찰이 빈틈없이 자리를 지켰고 무전기를 든 경호원들은 수시로 주변을 경계하기에 부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종로 일대에 49개 중대 35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로 국민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어서 환영 행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온 국민이 '상중(喪中)'인 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등에 반대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30여개 시민단체로 결성된 시국대회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이번 방한을 통해 양국 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벽한 이행과 쌀 시장 개방,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관세가 철폐되면 식량주권이 위협받고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호를 외치는 이들을 경찰이 '집시법 위반'이라며 제지하자 집회 관계자들이 "가서 실종된 아이들이나 구하라"고 맞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이날 오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가진데 이어 청운동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방한의 주목적은 미국 미사일방어망(MD) 구축과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해치는 요구를 거부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광화문사옥 앞에서는 전쟁반대평화실현연대의 사진전이 열렸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의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발언을 철회하고 한반도 평화협상을 즉각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그 밖에 독도를 한국 영토로 표기해줄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자 등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웠다.

택시기사 홍석기(61)씨는 "분위기는 적절치 않지만 이미 정해진 일정이니 어쩌겠느냐"면서 "국가적으로는 북핵 문제가 제일 걱정이니 어려운 시기에 온 만큼 잘 해결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진혜영(31)씨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움직이기로 계획돼 있었을 테니 방한을 취소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면서도 "우리 국민들 감정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상협(47)씨는 "중요한 일이 있으니 (오바마 대통령이) 왔겠지만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한 사람 방문을 위해 나와 있는 걸 보니 실종자 가족들이나 돕게 현장에 보냈으면 싶은 마음도 있다"며 씁쓸해했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전쟁기념관 헌화를 시작으로 경복궁을 관람한 뒤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튿날인 26일에는 재계 인사들과 만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비롯한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pade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