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보고 싶다'에 '침착해' 답한 아빠, "가슴 아파"

실종자 가족 "내 아이 빼앗아간 바다, 절대 안 가"
[세월호 침몰] 실종자 시신 하룻동안 무려 29구 발견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엿새째인 21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 선착장에서 고인들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이날 상당수 실종자들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 세월호 3~4층에서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 2014.4.21/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진도=뉴스1) 성도현 기자 =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본격적인 실종자 수색작업이 계속되면서 하룻동안 무려 29구의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늦은 밤 팽목항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의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6일 내내 아이들을 빨리 꺼내달라고 외치던 가족들이었지만 막상 아이들의 주검 앞에 서려니 두렵고 긴장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단원고 2학년 박모(18)양 아버지는 겨울바다를 참 좋아했던 딸 아이를 떠올리며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바다를 앞으로 살면서 절대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마지막으로 '아빠 보고 싶다'고 문자가 왔었는데 난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침착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며 "카톡 미확인 메시지로 남아 있는 그 문자가 지금도 제일 마음에 남는다"고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러면서 "수학여행 당일날 늦잠자서 학교 못 가게 나둘껄 그랬다"며 수학여행 당일 아침에 학교까지 박양을 태워다준 것을 자책했다.

또 다른 학생 아버지는 "인생에 한번뿐인 수학여행을 내가 못갔으니 우리 딸이라도 꼭 가게 해 주고 싶었다"며 "처음에 안가려고 고민하는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한 게 이 결과"라며 눈물을 훔쳤다.

운구된 시신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이 이뤄지는동안 신원확인실 주변에서 대기하던 가족들 100여명은 휴대폰에 저장된 아이 사진을 넘겨보며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학생의 어머니는 "우리 딸 개성이 참 강했어요"라고 말하자 다른 학부모는 애써 담담한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원확인 과정이 시작되자 신원확인실 여기저기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아무 말도 안 나올 것 같다"던 무뚝뚝한 아버지들도 자식의 시신 앞에서는 오열했다.

자정이 한참 넘은 시각임에도 칠흙같이 어두운 팽목항에선 통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용했던 팽목항은 당분간 밤마다 자식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는 부모들의 슬픔어린 목소리로 가득차게 될 것으로 보인다.

dhspeop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