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송파 버스기사, 졸음 운전 징후 27회"(종합)

운전기사 염씨, 사고 3분전까지도 머리 만지고 눈 비벼
차체 결함·운전 부주의 가능성 놓고 2차 사고 원인 조사

19일 오후 11시45분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송파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로 향하던 시내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던 시외버스를 추돌했다.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박응진 기자 = 서울 송파구 버스 연쇄추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운전사의 과로·피로 누적으로 인한 졸음운전이 1차 사고 원인이라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일 버스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킨 3318번 시내버스 운전사 염모(59)씨는 사고 전 계속해서 졸음 운전을 해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복원한 사고 버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염씨는 3318번 버스를 운전한 지 20분이 지난 19일 오후 10시15분부터 졸기 시작한다.

이날 밤 11시43분 3318번 시내버스가 1차 사고로 택시를 들이 받기 전까지 염씨는 신호가 바뀌어도 버스를 운행하지 않거나 졸음을 참기 위해 머리를 만지고 눈을 비비는 등 총 27회에 걸친 졸음 운전 징후를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염씨는 두 차례에 걸쳐 신호위반을 하기도 했다. 특히 염씨는 1차 사고가 발생하기 3분전까지 졸음을 참기 위해 머리를 만지는 등의 행동을 반복했다.

염씨가 1차 사고 발생 후에는 사고 회피를 위해 운전대를 이리 저리로 흔들며 보행자와 차량을 피해간 모습도 블랙박스 영상에 찍혔다.

1차 사고 당시 시속 22㎞로 였던 버스는 이후 시속 70㎞까지 속력이 증가해 노선을 이탈하고 잠실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했다.

이 과정에서 버스가 우측에 있던 임시 펜스를 스치듯 추돌했고 이때부터 디지털 타코그래프(운행기록) 작동은 멈췄다.

버스가 2차로 송파구청사거리에서 30-1번 버스를 추돌했을 때 속력은 시속 78㎞였다.

염씨가 몰던 버스가 1차 사고 후 속력이 줄지않은 채 가속이 붙은 것은 염씨가 1차 사고 충격으로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은 강조했다.

타코그래프상 염씨는 1차 추돌 전인 19일 밤 11시42분23초부터 34초까지 약 8초간 브레이크를 밟은 뒤 2차 사고 전까지 단 1차례도 브레이크 페달를 밟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염씨는 사고 3일 전 서울 시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석해 42.195㎞를 4시간 35분만에 완주했다.

이후 이틀에 걸쳐 오전 근무를 해오다 사고 당일에는 동료의 부탁에 의해 오전근무를 마친 뒤 20분만에 오후 근무에 투입되는 등 18시간 가량 운전을 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염씨는 사고 충격으로 인해 복장뼈가 골절되고 팔머리 동맥 등이 파열돼 이로 인한 흉강 내 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성분과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염씨는 마라톤 완주 이후 계속되는 근무로 인해 극도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였다"며 "이로 인해 염씨가 졸음 운전을 했고 이 결과 1차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2차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며 "2차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고 버스에 장착된 전자제어 장치(ECU)와 사고기록장치(EDR) 등을 제조사로부터 확보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버스 운전기사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3318번 버스가 소속된 A상운 상무 조모(53)씨를 입건했다.

19일 오후 11시45분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송파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달리던 시내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던 다른 시내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 News1 정회성 기자

한편 지난 19일 밤 11시43분쯤 염씨가 몰던 3318번 시내버스가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택시 3대를 연속으로 들이받은 뒤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와 승용차 4대를 잇달아 치고 이어 30-1번 노선버스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염씨와 노선버스에 타고 있던 이모(19)군 등 2명이 숨졌다. 이군과 함께 30-1번 버스에 타고 있다 사고로 중태에 빠진 장모(19)양은 '장기기증'으로 새 새명을 선물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