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한 입장

"전교조 설립취소 강행한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

오늘은 교사의 인권을 유린한 날로 우리나라 교과서에 기록될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은 노동탄압 정권으로 세계 노동운동사에 기록될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98년 노사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에 대한 파기이며, 국제적 약속 위반이자 단결권과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헌법유린 행위다.

박근혜 정권은 평생을 함께 해온 9명의 동료를 내치라는 패륜적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4년의 합법적 지위를 유지해온 교원노조에게, 시정권고 한 달 만에 법인사형을 선고했다. 좌경용공세력이라며 4.19 교원노조를 불법화하고 1500여명의 교원을 해직 시키고, 54명의 교원을 10년 넘게 징역살이를 시켰던 유신정권의 딸이 또 다시 역사 앞에 씻지 못할 패악을 저질렀다.

오늘, 우리는 박근혜 정권에게 최후통첩을 보낸다. 교원의 자주적 단결을 와해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짓밟는 헌법유린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맞이 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한 달 동안 쏟아진 국가인권위원회와 ILO의 권고 그리고 수많은 국내외 시민사회단체와 교육주체들의 목소리를 무시로 일관했다. 정의와 인권의 외침을 무시하고, 무책임을 돌아보지 못한 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 똑똑히 기록되어 있다. 지금 당장은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아 박근혜 정권의 욕심을 채운 듯하지만, 한 달 동안 쏟아진 수많은 분노의 외침은 우리 모두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은 현실이 되고 역사가 되어 박근혜 정권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심판으로 귀결될 것이다.

오늘 박근혜 정권의 계획대로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었지만, 우리는 이 땅의 노동자들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냈다. 해직된 동료들을 소외시키며 합법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할 수 있었지만, 노동조합임을 스스로 포기할 수 없기에 좀 더 불편한 길을 선택했다. 정부는 우리에게 노조 아님 통보를 했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가장 노조 다음을 통보했다. 우리는 소중히 지켜낸 자주성과 단결력으로 참교육 교단을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마리 해충에 비유했던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았으니, 민주주의 역사를 친일과 독재의 역사로 분칠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방해할 세력을 제거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학교현장의 혼란을 부추키는 세력으로 매도했던 전교조를 법 밖으로 내몰았으니, 학생들이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좀 더 멀어지기”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는 현실화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교과서가 채택되는 기간, 친일 독재 미화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교사·학생들과 토론할 것이며, 곧 폐기 처분시킬 것이다. 학교혁신과 참교육 연구를 바탕으로 한 아이들과의 만남은 유신이 회귀한다 해도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아니지만, 가시밭길 속에서도 법외노조 철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늘 오후 40여명의 대규모 법률지원단과 함께 법외노조통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즉각 진행할 것이다. 또한, UN 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제출과 특별보고관 방문을 요청할 것이다. 약속과 신뢰를 소중히 한다는 박근혜 정권의 구호 뒤에 사회적 합의와 국제약속을 파기하면서 교원과 공무원의 단결권을 부정하는 이중성을 국제사회에 계속 알려나갈 것이다. 또한, 헌법과 노동법 취지에 반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운동에 매진할 것이다. 국내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더욱 확대 강화해 박근혜 정권의 노조 와해와 교육장악 음모에 총체적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또한, 조직 안정화 기반을 마련하고 학교혁신 사업, 참교육 실천 사업을 지속시킬 것이다.

전교조는 지난 25년간 수많은 탄압과 시련을 꿋꿋하게 극복해왔다. 1500여명의 해직의 시련을 견뎌냈으며, 참교육 실천과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해고와 사법적-정치적 탄압 그리고 보수세력의 이념 공세에도 우리의 신념을 묵묵히 지켜왔다. 전교조는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다. 거센 비바람과 혹독한 추위와 더위를 이기면서 강인한 생명력을 키워온 잡초와 들풀이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 부당한 지시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실천하는 교사로서 제자들 앞에 당당하게 설 것이다. 우리는 사학비리와 싸우거나 정치 기본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직된 교사들과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그들을 지키고 함께하겠다는 것은 25년간 지켜온 참교육을 이어가겠다는 것이고, 참교육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에 맞서 계속 투쟁하겠다는 것이다.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 아님을 통보한다.

교사 인권 유린의 날, 2013년 10월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교육과 전교조 지키기 전국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