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봉이냐" 기초연금 노인 만민공동회 열려

종묘공원 노인 200명 모여 朴 정부 '공약 후퇴' 비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열린 '기초연금 공약이행 촉구를 위한 만민공동회'에 참석한 어르신들.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노년유니온,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일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박근혜 정부 기초연금안 노인 만민공동회'를 열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관계자, 어르신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최자웅 복지시대시니어주니어노동연합 상임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없이는 정권을 잡을 수 없으니 어르신에게 2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는 달콤한 약속을 내걸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식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속을 지키지 못한 미안함을 대국민 사과로 석고대죄하듯 해야 하는데 청와대 국무회의 석상에 앉아서 기자들 불러놓고 이야기 했다"며 "'사이비 사과'라고 하니 노인대표 불러놓고 자리를 마련했지만 다시 대국민 사과와 대 어르신 사과를 정중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똑같이 주겠다는 공약이 나온 이유로 ▲노인 빈곤 해소 ▲노인 인구 소비를 통한 경제 활성화 ▲노인 자살률 감소 ▲노인 부양 부담 완화 등을 꼽고 "당사자인 노인을 빼고 기초연금에 대한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의 미래를 우리가 만드는 첫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왔다는 양재덕 할아버지(66)는 "노인이 무슨 봉이냐"며 "박 대통령이 공약 걸어 놓고 6개월도 넘지 않아 돈이 없어 (연금을) 못 주겠다는 것 보고 기가 막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할아버지는 "공약을 할 때 노인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조사하고 연구해서 세운 것인지 궁금하다"며 "앞으로는 노인문제를 정말 꼼꼼히 따져서 실천할 수 있는 안을 내거나 자기문제로 안고 씨름하며 정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인노동조합인 노년유니온 김선태 위원장은 "한 달에 20만원씩 받는 공공근로 사업 일자리하면서도 이것도 일자리라고 숫자에 들어간 전국 어르신이 22만명이라고 알고 있다"며 "이런 식의 복지로는 힘들다. '못 준다, 돈 없다'고만 하지 말고 복지세를 걷어서라도 20만원씩 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왼쪽부터) 등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열린 '기초연금 공약이행 촉구를 위한 만민공동회'에 참석해 어르신의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또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등도 각각 발언자로 나서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규탄했다.

심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어르신들에게 진솔하게 사정을 말씀드리고 금고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재벌 대기업이나 기득권 세력이 마땅히 낼 세금을 확실히 걷겠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OECD 국가 평균 노인빈곤률의 세 배 이상인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금 이야기가 나온 게 너무나 당연하다"며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됐는데 노인빈곤 문제 해결은 사라지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고문은 "어르신들의 주머니와 지갑에 돈이 한 푼도 없으니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라며 "국가가 책임을 지고 어려운 분들의 노후보장,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을 통해 가계에 여유를 주면 이것이 소비로 나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야권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을 시작으로 탑골공원과 노인 인구가 많은 은평구, 노원구 등에서 만민공동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hm334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