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폐업했으니 잠깐만 봐 줘"…치매 할머니 맡기고 사라진 큰아빠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를 돌볼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큰아빠가 동생 집에 할머니를 데려왔다가 그대로 두고 갔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큰아빠가 할머니를 우리 집에 두고 갔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에 따르면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있어 그동안 요양원에서 생활했다. A 씨의 아버지는 명절마다 할아버지의 납골당을 찾았지만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은 별도로 날짜를 잡아 방문해 왔다.

추석 전 큰아빠가 아버지에게 명절에 오느냐고 물었지만, 아버지는 식당 일을 하고 있어 어렵다고 답했다. 대신 명절 전에 할아버지 납골당에 다녀왔고, 할머니는 10~11월쯤 시간을 맞춰 찾아뵙겠다고 했다.

그런데 명절 주말, 큰아빠가 아무런 연락 없이 할머니를 데리고 집을 찾아왔다.

큰아빠는 할머니가 지내던 요양원이 폐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요양원을 알아볼 때까지 할머니를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집은 좁고 침대도 없어 할머니가 불편하다는 이유도 들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낮에 집을 비우는 사람이 많아 돌보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큰아빠는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한 뒤 할머니만 집에 남겨둔 채 떠났고, 이후 전화도 받지 않았다.

결국 가족들은 갑작스럽게 할머니를 돌보게 됐다. 할머니는 안방 침대를 사용했고 아버지와 어머니 역시 생활공간을 나눠야 했다.

돌봄 과정에서 갈등도 이어졌다. A 씨는 할머니가 하루 세 끼를 정해진 시간에 먹고 약도 제때 먹어야 한다며 큰소리를 내고, 식사를 차려드려도 "큰엄마는 잘해줬는데 이게 뭐냐"며 불만을 보였다.

새벽에도 잠들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오전 5시부터 밥과 약을 달라고 재촉하는 경우도 있었다. 작성자에게는 "시집 안 가고 뭐 하느냐", "애를 낳아라"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A 씨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며 "이러다 저희가 모두 책임져야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은 할머니를 큰아빠 집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할머니가 "그 집은 작아서 싫다"며 거부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A 씨는 추가 글을 통해 할머니가 있던 요양원은 집에서 차로 2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곳이고, 할아버지 납골당은 약 1시간 거리라고 설명했다. 큰아빠는 명절이 되어도 오라고 한 적 없었다.

또 큰아빠 가족은 빚 없이 자가 주택에 살고 있지만, A 씨 가족은 대출과 빚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A 씨는 "갑자기 할머니를 맡게 된 것도 당황스러운데 이대로 저희가 모두 책임져야 할 것 같아 너무 힘들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식당 일 때문에 바쁘다면서 돌아가신 분 납골당은 가면서 살아있는 엄마는 안 들여다보는 게 이상하다", "나이 들면 자식들 많아도 소용이 없다. 나이 든 부모 이집 저집 떠밀고 서로 모시라고 싸우고 돈 모아서 혼자 살든지 요양원 가는 게 최선이다. 이런 집 많을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