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생활 보고서' 내라는 남편…배달 앱 아이디·비번까지 요구한 시모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결혼 2년 차 여성이 남편에게 매주 시어머니에게 지출 내역과 일정을 담은 보고서 작성을 강요받고 있다며 '삶을 감시당하는 기분'이라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시어머니께 매주 생활 보고서 제출하라는 남편, 제가 예민한 걸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에 따르면 남편은 평소 다정하고 성실한 편이었고, 또 어머니의 살림 방식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였다.
A 씨의 시어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가계부를 작성하며 집안 살림을 철저하게 관리해 왔다. 남편은 어머니의 이런 방식을 '가문의 시스템'이라고 부르며 결혼생활에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A 씨는 처음에는 '부부가 함께 가계부를 작성하자는 정도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이 제안한 방식은 예상과 달랐다.
A 씨의 남편은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일주일 동안 사용한 지출 내역과 다음 주 일정을 정리해 시어머니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자 했다.
처음엔 A 씨는 질색하며 거절했지만 서운해하는 남편을 보며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제안을 수락하게 됐다.
이후 매주 시어머니의 구체적인 '피드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이번 주에 배달 음식을 세 번이나 시켰더구나. 건강과 가계에 좋지 않다", "화장품에 5만 원 쓴 건 계획에 없던 지출 같은데 다음부터는 상의하렴"이라고 며느리의 소비 습관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또 부부가 주말에 계획한 호캉스 일정을 보고하자 시어머니는 "그 돈이면 차라리 적금을 더 들어라"라고 훈수를 뒀다.
이에 A 씨는 남편에게 '보고 중단'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오히려 "어머니가 틀린 말씀 하신 게 하나도 없지 않냐. 덕분에 이번 달에 20만 원이나 더 아꼈는데 뭐가 문제냐"고 A 씨를 몰아세웠다.
이에 더 나아가 최근 시어머니는 어떤 음식을 주문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영양 균형까지 관리해 주겠다며 배달 앱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A 씨에게 요구했다.
A 씨는 "진심으로 소름 돋고 숨이 막힌다"며 "남편은 이걸 '효율적인 케어'라고 부르는데 저는 감시당하는 기분이라 미칠 것 같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남편을 힘들게 하는 건지 이제는 헷갈린다. 정말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한마디로 정서 폭력이다", "현명한 소비 때문에 숨 막히는 삶을 살아야 하나", "과도한 개입이자. 이혼 사유", "인생은 더하기 빼기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다", "삶이 산수냐?", "숨 막혀서 못살 것 같다" 등 남편과 시부모의 제안이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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