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시모 투병 영상, 결혼식에서 꼭 틀어야 하나요?" 예비 신부 고민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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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내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가 예비 시아버지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았다. 결혼식에서 세상을 떠난 예비 시어머니의 영상을 깜짝이벤트로 틀어달라는 요청이었다.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연을 공개한 A 씨는 남자친구와 1년 정도 교제한 뒤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A 씨에 따르면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오래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자친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했고 A 씨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지만 자세한 사정까지는 알지 못했다.

예비 시아버지는 아내와 사별한 뒤 재혼하지 않고 혼자 지내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외동이었다.

양가 상견례를 앞둔 상황에서 예비 시아버지는 결혼식 비용을 모두 부담하겠다고 했고, 축의금도 부부가 가져가라고 했다. 신혼집 마련 비용 역시 A 씨의 친정과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어느 날 세 사람이 식사하던 중 예비 시아버지는 돌아가신 시어머니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예쁘지 않느냐"며 아들이 어머니를 닮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눈물을 보이며 아내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잠시 뒤 남자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예비 시아버지는 A 씨에게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그 영상에는 투병 중인 예비 시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생전 예비 시어머니는 자신이 세상을 떠날 것을 대비해 아들에게 전할 영상을 여러 개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남자친구가 매년 생일마다 어머니의 영상을 본다고 했던 말이 이 영상들을 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 시아버지가 보여준 영상에는 예비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잘 커 줘서 고맙다", "엄마는 하늘에서 항상 너를 응원한다"는 취지의 말을 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예비 며느리인 A 씨에게 결혼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항상 아내를 우선시하는 든든한 남편이 돼 달라", "엄마가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라"는 당부도 포함돼 있었다.

예비 시아버지는 이 영상을 결혼식장에서 이벤트처럼 틀어주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아들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고 서프라이즈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A 씨는 즉답하지 못하고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예비 시아버지도 "미안하다. 부담 갖지 말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A 씨의 고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혼식이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인 만큼 고인이 된 시어머니의 투병 당시 모습이 결혼식장에 등장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영상 속 예비 시어머니가 투병으로 상당히 마른 모습이어서 하객들이 보기에도 아픈 사람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무엇보다 A 씨는 결혼식 당일 남자친구와 예비 시아버지가 영상을 보며 크게 울게 될 상황을 걱정했다.

A 씨는 "저는 남자친구가 영상 보면서 울 거 생각하면 싫다. 그날의 주인공인 제가 남자친구를 다독이는 것도 싫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결혼식은 새출발하는 중요한 날인데 죽은 사람의 영상이 나오는 게 맞느냐"며 "제가 너무 감정이 없는 사람인지, 좋게 생각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결혼은 두 사람, 두 가족의 연합이고 남편 될 사람도 결혼식 주인공이다. 각자의 성장 과정을 담은 슬라이드쇼에 어머님 영상 추가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나 같으면 해줄 거 같다. 다 생각하기 나름인데", "이런 걸 고민하다니. 받을 거 다 받고 저거 하나 해달라는 건데 저 같으면 그 자리에서 좋다고 했을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rong@news1.kr